연간 공휴일이 늘고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수 감소 등 사회적·경제적 변화 고려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 20일 아니라, 피해자가 적극 증명한 경우는 20일 초과해 인정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민사소송에서 배상금을 산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인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평균 가동일수(근무일수)’를 20일 초과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로써 월평균 근무일수 기준이 21년 만에 22일에서 20일로 줄게 됐다. 연간 공휴일이 늘고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이 줄어드는 등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고려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공단과 삼성화재는 2014년 경남 창원의 철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크레인에서 떨어져 숨지거나 다친 사고와 관련해 소송을 벌였다.
공단은 다친 피해자에게 휴업급여·요양급여 등 3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크레인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삼성화재의 손해배상 책임은 모두 인정됐다. 다만 구체적인 배상금을 따지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얼마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일실수입이란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장해(업무상 부상당한 뒤 치유됐으나 신체 등에 영구적으로 남게 되는 노동력 상실이나 감소 상태)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을 말한다.
대한건설협회의 시중노임 단가에 ‘평균 가동일수’를 곱해 월별로 산정한다. 평균 가동일수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기준을 설정해왔는데 1992년에는 월평균 25일, 2003년에는 월평균 22일로 정했고 최근까지 그대로 유지돼 왔다.
1심은 피해자의 근로내역을 바탕으로 월 가동일수를 19일로 설정해 일실수입을 계산했다. 반면 2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되었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며 20일로 줄였다.
그러면서 △1주간 근로 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2011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 점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 감소한 점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하게 돼 연간 공휴일이 증가한 점 등 근로와 생활 여건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대법원은 판단의 근거를 제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20일을 초과해 인정될 수 있다”면서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해 현재 적용될 수 있는 경험칙을 선언한 것으로 판례변경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전원합의체에서 종전 판례를 폐기하고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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