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판결 후 상고 안 해…우발적 범행으로 결론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이 징역 23년을 확정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살인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A씨(28)는 상고 마감 기한인 24일까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 상고장을 내지 않았다. 또 징역 25년을 구형했던 검찰도 상고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루는 1·2심과 달리 법률심으로 하게 돼 있으나 형사소송법상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의 경우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상고할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47분께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B씨(사망 당시 24세)씨를 흉기로 191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그는 112에 "제가 여자친구를 죽였어요" "여자친구를 난도질했거든요" 라며 스스로 신고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 옆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스트레스를 받아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또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던 중 문득 '여자친구를 살해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1심은 A씨가 이례적인 범행동기를 가질 만한 정신질환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우발적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양형에 있어서는 검찰이 유족에게 지급한 유족구조금을 A씨 측이 구상금으로 검찰에 지급한 사정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아 징역 17년을 내렸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동기를 임의로 단정해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잘 표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불안해하는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직전 무렵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곤경에 처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결국 이 사건 범행까지 저지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형량에 대해서는 "범행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 23년의 징역형을 내렸다.
다만 검찰에서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