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3개월 만에 최고 분기 성장률
내수 부진 씻고 시장전망치의 2배
소비·건설 호조에는 기저효과까지
3고현상 지속, 체감경기와 온도차
정부가 경기흐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2.2%인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속보치)이 1.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 4·4분기(1.4%)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자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1.4%)에 근접한 수준이다. 내수와 수출 모두 성장을 밀어올렸다. 1.3%의 성장률 중 내수가 0.7%p, 순수출이 0.6%p 기여했다. 순수출은 3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수입은 전기장비를 중심으로 0.7%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늘어 2.7% 증가했다. 2019년 4·4분기(4.1%)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된 경기진단을 내놨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이와 관련,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1·4분기 우리 경제는 오랜만에 성장경로에 '선명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반짝 성장세 아니다"
올 1·4분기 GDP 증가세에 대한 최 부총리의 평가에서 보듯 정부 경기전망이 한층 낙관적으로 전환했다. 가장 최근 내놓은 4월 경제동향(그린북)에서 기재부는 "재화소비 둔화와 건설 선행지표 부진 등 경제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 민간소비 확대, 건설투자 개선 등의 지표가 확인됐다.
일시적이고 반짝 성장세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건설투자는 지난해 4·4분기 -4.5%에서 올 1·4분기 2.7% 증가세를 냈기 때문에 기저효과라든지 계절적 요인이라든지 하는 일시적 측면이 일부 있다"며 "하지만 수출, 내수 흐름 등 경제 전반을 봤을 때 2·4분기엔 올 1·4분기 기저효과로 성장률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성장흐름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GDP 관련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한은이 이날 집계한 1.3% GDP 증가율은 2021년 4·4분기(1.4%)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이다. 0.5~0.7%였던 시장 전망치의 약 2배에 달한다. 기재부는 설명자료에서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닌 '민간 주도 성장'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내수가 반등하며 수출·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했다. 내수부진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은 걷어냈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한은 GDP 집계에 대해 별도의 설명자료를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1·4분기 순수출 기여도가 4분기 연속으로 플러스를 기록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4분기 연속 플러스는 2000년 이후 3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양호한 흐름이라는 것이다.
연간 성장전망치의 상향 조정 가능성도 내비쳤다. 윤 국장은 "2% 초반에서 약간 중반대로 올라가는 성장경로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는 최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0%로, JP모건은 2.2%에서 2.3%로, UBS는 2.0%에서 2.3%로 높여 잡았다. 다만 우리나라가 반도체에서 선도적 위치라는 점과 미국 경기가 침체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1·4분기 1.3% 성장을 확정한다는 전제로 2·4분기 0%, 3·4분기와 4·4분기 각각 0.5% 성장하면 올해 성장률은 2.6%가 된다. 이와 함께 기재부는 "1·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2.5%로 실질 성장률(1.3%)을 크게 웃돌았다"며 "실질 GDI는 국민의 구매력과 밀접한 지표로, 향후 내수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생지원금 영향 주나
올 1·4분기 경제의 깜짝실적은 야권에서 주장하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주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민생지원금을 이야기했을 때 경기침체 위기여서 필요하다는 걸로 기억한다"며 "이제는 경기침체 상황은 더 이상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이 같은 언급은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우회적 반대 입장으로 분석된다.
다만 1·4분기 경제실적이 수치상 호조이지만 서민이 느끼는 체감경기와의 괴리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유가·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 현상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여기에다 중동발 불안도 계속되고 있다. 1·4분기의 깜짝성장은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관련 분야가 모처럼 회복된 데 기인한 측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이보미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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