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미라인 표면화... '협상 여지' 가능성 낮지만, 물밑 접촉 여부 주목
[파이낸셜뉴스]
북한 김정은은 지난 2022년 8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토론자로 나서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다음날인 11일 오후 김 부부장의 연설 전문을 육성으로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의 대표적 대외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최근 이틀 동안 대미 담화 4건을 발표하고 4년여 만에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등장시켜 미국을 향한 날 선 비난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협상을 담당하는 소위 '대미라인'의 활동이 가시화된 측면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날 통신은 김은철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로 담화를 통해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의 임기 종료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비난했다.
김 부상은 "새로운 제재판을 펼쳐놓는 경우 우리는 거기에서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힘의 상향조정에 필요한 새로운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 담화는 약 4년 4개월 만이다. 지난 2019년 12월 3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미국에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며 태도 변화를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는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아닌 '외무성 부상'으로만 언급됐다. 이후 북한은 미국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낼 땐 주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나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공개했다.
북한은 김 부상의 담화를 포함해 이틀 만에 미국을 겨냥한 공식 입장을 총 4건 발표하면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김여정 부부장과 임천일 외무상 부상, 외무성 대외보도실장의 담화를 모두 신문에 게재했다.
최근 김여정은 한미 연합연습을 비난하고 자신들의 핵반격가상종합전술훈련 등 군사행동을 '자위권에 해당한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계속해 졸개들을 긁어모아 힘을 자랑하며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려 든다면 미국과 동맹국가들의 안보는 보다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도 했다.
북한 외무성 임천일 부상도 미국 하원에서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법안이 통과한 것도 지목해 비난했다.
특히 북한 외무성의 담화들이 북한 관영 대내 선전매체 노동신문에 실렸다는 것은 북한이 미국의 주요 행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하며, 북한 내부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미국을 '상대'하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의도가 엿보여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올해 초 일본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집중 담화를 낸 바 있어 표면적으로 대대적인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북한의 대미라인 공개는 북미 간 물밑 접촉 재개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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