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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관리인 통하지 않은 北 주민과 로펌 약정, 보수는 무효·위임은 유효

보수와 위임약정은 별도로 봐야 한다는 취지

재산관리인 통하지 않은 北 주민과 로펌 약정, 보수는 무효·위임은 유효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국내 로펌이 북한 주민의 남한 내 상속재산 소송을 대리하는 약정을 맺으면서 법이 규정한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았다면, 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해도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보수와 위임약정은 별도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따라서 보수약정 무효 사정만으로 무보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임약정이 유효하므로 법원이 정한 보수액이 인정돼야 한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법무법인이 북한 주민 안모씨 형제를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소송에서 원고패소로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4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안씨 형제는 남한에서 2012년 3월 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이다. A로펌은 2016년 안씨 형제 권한을 위임받은 제삼자와 사이에 친생자 확인 소송, 상속 회복 청구 소송 등에 관한 위임약정을 체결하고 상속 지분의 30%를 성공보수로 받기로 했다.

로펌은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했다. 2018년 5월 서울가정법원에서 형제가 B씨의 친생자라는 판결을 받아냈으며 2019년에는 나머지 상속인들과 재판상 화해를 통해 총 196억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형제 몫으로 돌려놨다.

그러나 안씨 형제는 돌연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았으므로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남북가족특례법은 북한 주민이 남한 내 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상속 재산 관련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A로펌은 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하급심은 성공보수 계약을 ‘상속 재산 관련 법률행위’로 봐야 하고, 관리인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관리인을 통하지 않았다면 약정은 무효라고 봤다.
또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이므로 하나의 계약인 소송대리 위임 약정까지도 모두 무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처럼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가 맞다 면서도 위임약정의 효력은 인정해야 한다고 달리 해석했다.

대법원은 “보수약정은 무효라고 볼 수 있지만 위임약정에 대해서는 무보수로 한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의 약정이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