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배달앱 수수료 올라 "팔수록 손해"
음식값 오를 수 있어 소비자에 피해 전가 우려
한 점주가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배달앱 수수료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사진출처=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파이낸셜뉴스] 배달 음식 플랫폼들이 앞다퉈 '무료 배달'을 도입하며, 소비자들이 반색하는 분위기다. 반면 점주들은 배달 플랫폼이 수수료를 올려 부담을 떠안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25일부터 쿠팡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의민족(배민)은 지난 1일부터 여러집 배달을 함께 가는 '알뜰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요기요는 이달 5일부터 요기배달(실속배달·한집배달)로 최소 주문금액 1만5000원 이상 주문하면 배달비가 무료다.
배달비는 거리, 배달 형태, 시간대, 기상 여건 등에 따라 수시로 변동되는 것을 감안해도 음식값보다 배달비가 비싼 사례가 나타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이 커졌다. 이처럼 외식비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배달비가 무료가 되면서 소비자들 반색하고 있다.
문제는 배달업계의 출혈경쟁에 자영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중개·카드 수수료, 배달료 등 배달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큰데 올해 들어 주요 배달앱이 수수료를 인상하면서 사실상 '무료배달비' 부담이 점주들에게 쏠리고 있다.
음식점에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되는 방식은 두가지다.
가게가 직접 배달원을 부르는 경우에는 가게에서 배달비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고객에게 부담시킬 수 있다.
두 번째로 배달앱이 배달원까지 중개하는 경우에는 가게가 음식값의 약 6~9%를 수수료로 내야하고 배달비도 2500~3300원을 부담해야 한다.
배민과 쿠팡이츠가 최근 내놓은 무료 배달 서비스는 이 배달앱 중개 주문에만 적용된다. 고객들이 무료 배달로 몰릴 수록 가게의 수수료와 배달비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새 요금제는 강제는 아니다. 하지만 신규 요금제를 쓰는 점주에게만 무료배달이나 할인혜택, 앱 화면 노출 빈도를 늘리는 우대 조치가 있는 만큼 점주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배민은 경쟁사보다 낮은 수수료를 받는다고 밝혔고, 쿠팡이츠는 고객에게 직접 무료 배달을 제공하던 점주들의 부담은 적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 5대 치킨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가 점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배달 수수료와 배달비 6000원을 떼인다"며 "팔면 팔수록 이익을 보기는커녕 손해를 보는 역마진 현상이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장사를 접어야 하거나 음식 가격을 올려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치킨 한 마리에 3만~4만원 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경고했다.
한편,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점주는 매출액은 3만1000원이지만 주문중개수수료(3038원), 카드수수료및결제이용료(930원), 배달요금(2500원), 부가세(647원)를 제하면 정산 금액이 2만3000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배달 1건 수수료인데 이게 말이 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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