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서울국제금융포럼 인터뷰 (上)
존 프랭크 오크트리 부회장
"좋은 기업 부실채권 싸게 매수
황금알 낳는 거위 사들이는 것"
美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1970년대 재현되거나 아닐수도
주식보다 크레딧 시장 주목해야"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개최한 2024 FIND·25회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존 프랭크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부회장이 기조 연설 이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기조는 시장 전망보다 더 오래 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길어지고 이자 부담이 커져 좋은 기업들이 부실을 겪게 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존 프랭크 오크트리캐피털 매니지먼트 부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할 만한 투자처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1995년 하워드 막스 회장이 설립한 오크트리캐피털은 1830억달러(약 236조원)를 굴리는 초대형 헤지펀드 운용사다. 특히 위기에 사서 호황기에 파는 투자 원칙으로 유명하다.
프랭크 부회장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고금리가 이어져야 연준이 다시 신뢰를 되찾을 수 있는 데다 지정학적인 쇼크나 전염병(코로나19)의 대유행(팬데믹) 상황처럼 금리를 낮추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을 때라면 금리를 낮추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근원 물가를 잡지 못한 미국이 금리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경기 부양을 꾀할 필요가 없다는 진단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초저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오크트리의 명성은 부실 채권과 부실 투자 기업, 즉 좌초자산(stranded assets·이미 투자가 진행됐으나 수명이 끝나기 전에 더는 경제적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자산)을 갖춘 기업에 대한 투자 성공에서 기인한다. 어느 누구도 경기 상황이 나쁘길 바라지 않지만 현재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제가 사실이라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들이 좌초 자산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이는 부실 채권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역발상으로 접근해보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생기는 것이다. 굉장한 투자 기회가 열려 있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속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할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오크트리는 부실 기업에 투자해서 수익을 끌어낼 수 있는 능력으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운용사다. 오크트리가 부실채권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방식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데 우선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하지 않는다. 단순히 자금을 투입해 부실 위험에 빠진 기업을 사들이고 기존 직원을 해고하는 일반적인 사모펀드의 방식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의 전략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부실 또는 파산 우려가 커져 시장의 외면을 받은 회사의 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 때 저가로 매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부실기업의 채권을 60달러에 사서 채권가격이 90달러로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는 것이다. 두번째로 한 기업의 채권이나 증권을 매입한 뒤 해당 기업의 재무파트에 참여해 구조조정과 부채 소멸 등을 통해 기업 경영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이다. 이 기업의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중요하다.
―최근 미국 경제가 '저성장·고물가 상태'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태그플래이션이 1970년대처럼 이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미국 주식시장에 숏(매도) 베팅을 하지 말아라.
―챗GPT가 초유의 관심 받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 관련 투자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사실 AI 관련 투자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런데 AI가 어떤 영향을 가지고 올지, AI가 가져다줄 변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없다.
명백한 사실은 AI가 이미 우리 일상 속에서 아주 간단한 일들만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쓰는 것을 도와주거나 서로 주고받을 의사소통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도 AI가 도와줄 수 있다. 물론 AI가 투자 환경에 가져다줄 변화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정보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해주는 정도일 것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한 것은 광기'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도 광기'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금리의 점진적 인하기에 주식에 투자하면 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구조조정이나 파산도 상대적으로 덜 발생하는 만큼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시기였다. 가파르게 상승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이를 보여준다. 이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만큼 경제성장률은 물론 투자자의 심리까지 달라질 것이다. 경제성장은 전망보다 더 느릴 수 있고, 이익률이 잠식될 수 있다. 투자심리가 일률적으로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채권시장, 그중에서도 크레딧(신용) 시장에 주목해야한다. 미국의 제로금리가 이어지던 시기에 주식 투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로 큰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시기 크레딧 투자는 보상은 낮고 리스크만 컸는데 고금리가 장기화되는 현재와 미래에 크레딧 투자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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