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국민의힘·국민의미래 당선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에 박찬대 의원 단독 출마가 굳혀진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도 이철규 원내대표 단독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일찍이 당내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사실상 물밑 작업에 나선 반면 그 외 후보군들의 유의미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까지 원내대표직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없는 가운데 이 의원의 단독 출마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애초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3·4선 당선자들은 몸을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 받으며 유력 후보군에 올랐던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도 지난 28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이 의원으로 정리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들의 투표로 결정되기 때문에 지역구를 중심으로 뭉쳐 추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제22대 총선에서 영남권을 제외한 지역구에서 사실상 대패하면서 '도로 영남당'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텃밭에서 당선된 의원들은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이 의원은 출마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주부터 자신이 당에 영입한 인재들을 비롯해 22대 국회 당선자와 낙선자를 두루 만나고 있다.
다만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윤석열계가 또다시 당 주도권을 잡는 것을 두고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에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벌을 받아야 할 분"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영입인재위원장,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중추 역할을 한 만큼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중심부에서 멀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의원 추대론에 반기를 드는 세력은 소수에 그쳐 수싸움에는 밀리는 양상이다. 이 외에도 3선의 추경호, 재선의 배현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현재까지 세력화된 움직임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박 의원과 이 의원이 22대 국회 초반 여야 협상을 이끌 원내 사령탑으로 낙점될 경우 대립 구도는 심화될 전망이다.
원내대표는 전투력 대신 협상력이 더 중요한 덕목으로 여겨지는데, 박 의원과 이 의원은 각각 친이재명계, 친윤계 대표 인사로 분류돼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당분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기로 한 만큼 이 의원의 권한은 본래 원내대표의 역할보다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을 향해 총선 패배 책임론과 함께 '협치의 적임자는 아니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새로운 구원투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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