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견제 속에서 활로 및 생존 공간 확대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4월 7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광저우의 파인가든에서 안내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달 5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세르비아, 헝가리 등 유럽 3개국을 잇달아 국빈 방문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대상으로 기술이전 통제와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등 안보·경제 부문에서 견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활로를 찾기 위한 행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는 EU 안에서도 중국과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 주석이 이들 국가들을 중국의 활동 및 생존 공간 확대의 교두보로 활용하러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외교부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시 주석이 3개국 정상의 초청으로 내달 5일부터 엿새동안 3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이탈리아, 모나코, 프랑스 등 3개국 방문에 나섰던 2019년 3월 이후 5년여 만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을 열어 중국·프랑스, 중국·유럽 관계 및 공동의 관심사인 국제·지역 이슈에 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실외 행사에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린 대변인은 "시 주석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5년 만의 중국 국가 원수 국빈 방문으로 양국 수교 60주년을 맞아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를 여는 중요한 의의가 있다"면서 "중국은 (프랑스와) 정치적 상호 신뢰를 다지고, 단결·협력을 강화해 중국·유럽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새로운 동력을 주입하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프랑스는 미국과 EU가 러시아 관계나 무역 문제 등을 둘러싸고 중국과 마찰을 빚는 가운데에서도 독자적인 행보를 벌여 미국과 EU 집행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유럽이 미국의 '추종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온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2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프랑스는 전략적 자율성을 견지하고 있고, 중국과 전략적 협조를 강화해 함께 평화·안정을 수호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양국 정상의 대면 회담은 작년 4월 이후 1년여 만이기도 하다.
린 대변인은 내달 7∼8일 방문지인 세르비아에 대해선 "시 주석이 8년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라며 "시 주석은 알렉산다르 부치치 대통령과 회담을 개최, 중국·세르비아 관계의 지위 상향을 모색하고 양국 관계의 미래 발전을 위해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세르비아 방문일인 다음달 7일은 코소보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1999년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의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한 사건 2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당시 폭격으로 중국 기자 3명과 세르비아인 14명이 사망했고, 대사관 건물은 완전히 파괴됐다.
미국은 오폭이라고 해명했으나, 중국은 고의적인 조준 폭격이라며 원인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주장해 한동안 양국 관계는 크게 긴장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중국과 러시아는 반미 정서를 공통 분모로 더 가까워졌고,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부치치 대통령을 초청해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하는 등 세르비아와도 관계를 다져왔다.
중러 밀착 강화 속에 이뤄지는 이번 방문 기간 시 주석이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매년 개최해 온 희생자 추도식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외교부는 시 주석의 내달 8∼10일 방문 예정지인 헝가리에 대해선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과 중·동부 유럽 국가 협력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라며 "시 주석은 방문 기간 슈요크 타마스 대통령·오르반 빅토르 총리와 회담을 열 것"이라고 설명했다.
헝가리는 EU와 나토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정부는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오르반 총리는 작년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EU 회원국 정상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2020년 이후 중국은 헝가리의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EU 집행위원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헝가리에는 화웨이의 해외 최대 물류·제조 기지가 둥지를 틀고 있다. 헝가리는 올해 하반기 EU 순환의장국을 맡는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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