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015년 선례 판단 유지
경찰 수사목적 이용에 대해선 5: 4로 갈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주민등록증에 열 손가락의 지문을 찍게 하는 제도 및 수사기관이 지문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 등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한 옛 주민등록법과 시행령, 시행규칙 조항 등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청구인들은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게 하고, 경찰이 지문정보를 보관,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수사 목적에 이용하는 행위 등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앞서 2005년과 2015년 해당 조항 등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는데, 이 같은 선례가 현재도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지문정보는 개인의 존엄과 인격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지문정보가 개인에 대한 감시에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지문정보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사건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청구인들은 기술 발달로 지문 정보 복사가 쉬워져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주민등록법령에 따라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심리에서 주민등록증에 지문을 수록하도록 한 법 조항에 대해선 재판관들의 의견이 기각으로 모아졌다.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열 손가락 지문 날인하도록 한 시행령 조항에 대해서도 김기영 재판관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들이 모두 기각 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17세 이상 모든 국민에 대해 지문을 날인하도록 하는 시행령 조항이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관할 경찰서의 지구대장 등에게 보내도록 하는 조항과 경찰이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날인된 지문 정보를 보관, 전산화하고 이를 범죄 수사목적에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선 재판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지문이 담긴 발급신청서를 경찰에 보내도록 한 시행규칙은 재판관 3명이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며 각하 의견을 냈고 나머지 6명 중 4명은 인용, 2명은 기각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법상 위헌 결정을 위한 심판 정족수는 6명인데, 인용 의견이 다수였지만, 심판 정족수에 이르지 못해 해당 시행규칙에 대한 청구도 기각됐다.
경찰이 지문 정보를 보관하고 수사 목적에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형식 재판관 등 4명은 "아무런 법률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재판관이 찬성해 합헌으로 결정됐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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