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서 작성하는데 고의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대법원 전경. 사진=대법원 홈페이지
[파이낸셜뉴스] 대학병원 전공의와 교수가 병원에서 골수채취 검사 도중 숨진 생후 6개월 영아의 사인을 다르게 적었다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은 허위진단서 작성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진단서를 작성하는데 고의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4일 전공의 A씨(36)와 소아과 교수 B씨(69)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2015년 10월 생후 6개월 된 영아가 골수 채취 과정에서 숨지자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로, 직접사인을 ‘호흡 정지’로, 중간 선행사인을 ‘범혈구감소증’으로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영아는 혈소판과 백혈구, 적혈구 등이 함께 감소하는 범혈구감소증 증세를 보여 골수 검사를 받았다.
3년 차 전공의였던 A씨가 진정 마취제를 투여하면서 골수 채취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다른 전공의 C씨가 이를 이어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주삿바늘을 다소 깊게 찌르는 바람에 동맥이 파열되면서 저혈량 쇼크로 숨진 것으로 부검 결과 드러났다.
따라서 검찰은 이들이 사망 종류를 병사가 아니라 ‘외인사’ 또는 ‘기타 및 불상’으로 적어야 한다고 공소사실을 통해 밝혔다.
검찰은 또 두 사람이 골수 채취 과정에서 영아의 상태가 악화하는데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업무상과실치사죄도 함께 적용해 법정에 세웠다.
1심과 2심은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경우 골수검사 과정에서 동맥이 파열되는 것이 워낙 드문 일이기 때문에 예견하거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업무상과실치사로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허위진단서작성죄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인정한데다 이어 허위진단서 작성죄까지 유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부검을 통하지 않고 사망의 의학적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최종적 사인이 이보다 앞선 시점에 작성된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 원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사망진단서 기재가 객관적으로 진실에 반한다거나 작성자가 그런 사정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함부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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