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계심 갖고 긴밀히 공조"
외환·금융시장 변동성 과도 확대시
시장 안정화 조치 통해 적극 대응
한은 23일 금리동결 확실시 관측
금리인하 시점 내년 넘어갈수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주요국 금리인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중동분쟁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경계심을 가지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것으로 우려될 경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금융시장 변동성 적극 대응"
최 부총리는 이날 한·중·일 아세안+3 재무장관회의 및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출장 중 터키 이스탄불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6차례 연속 금리동결 결정에 따른 국내외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6연속 동결 결정으로 한국과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 2%p를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다음 정책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다"며 "인플레이션 완화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인플레이션은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장은 일부 안도했지만 불안감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장중 1.2%까지 오르는 듯했으나 0.34% 하락 마감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10bp 이상 하락했다가 5bp로 하락폭이 줄었다. 2년물 금리는 9bp 떨어진 4.96%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106 선을 넘다가 105.7로 소폭 하락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요국 경제지표 발표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시장 구조개선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오는 9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목표로 국채통합계좌 개통 등 제도 기반을 완비하고, 주요 해외 투자기관과 소통도 확대해 가기로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잠재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는 동시에 고금리 지속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과 구조적 정책 대응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은, 금리인하 내년으로 밀릴 수도
연준이 당분간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을 시사하면서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이달 2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리동결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선 물가불안이 한은의 물가목표(2%) 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2.9%로 석달 만에 3%대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국제유가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 탓에 물가목표를 크게 웃돌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예상한 하반기 월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인데, 유가 등이 안정돼 경로가 유지되면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있지만 이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불안한 환율 흐름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출 수 없는 이유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1원 내린 1375.9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장중 1400원대까지 뛰었다가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70∼138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는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달러당 160엔 안팎까지 떨어진 '슈퍼엔저'를 계속 용인한다면 원화도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원은 달러·엔 영향에 간접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달러·원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1380원 기준으로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연말까지 본다면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유로나 파운드가 먼저 움직이고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달러·원도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한은의 금리인하 전환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이 빨라야 9~12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은 최소 연말이거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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