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ADB 연차총회 동행기자단과 만찬 간담회
“견조한 경기에 피벗 시점 밀린 美...전제 달라져”
“1·4분기 GDP 깜짝 성장 어떻게 해석할지 관건”
“중동사태 등 유가 리스크와 환율 불확실성 여전해”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 등을 위해 조지아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트빌리시 힐튼호텔에서 동행기자단과 만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찬 기자.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 등을 위해 조지아를 방문 중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트빌리시 힐튼호텔에서 동행기자단과 만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트빌리시(조지아)=김동찬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현지시간)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 딜레이, 우리 경기가 생각보다 좋게 나온 것,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졌다가 가라앉으면서 유가 변동성 커지고 환율 변동성도 커진 것이 우리 통화정책에 주는 함의가 크다”고 밝혔다.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언급한 전제조건이 달라졌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이달 23일에 있을 경제 전망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동행기자단과 가진 만찬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4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 비해 △미국 피벗 지연 △1·4분기 실질 GDP 예상치 상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및 환율 변동성 등 세 가지 조건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우선 견조한 경기를 나타내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4월 통방만 해도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줬고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걸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며 “그 이후에 미국의 지표들이 좋게 나오면서 금리를 낮추기 위한 시점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향후 연준의 구체적인 인하 시기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첫 인하 시점이) 9월인지 12월인지, (금리 인하 횟수가) 몇 번이냐는 것은 세부적인 내용이고 앞으로 미국 데이터에 따라 변화할거라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총재는 1·4분기 ‘깜짝 성장’을 한 국내 성장률을 언급했다. 특히 반도체 수요 회복세를 바탕으로 호조를 이어가는 수출이 예상대로 좋게 나온 것과 달리 부진하던 내수가 큰 폭 회복된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1·4분기 국내 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8% 성장하며 2022년 3·4분기(1.6%)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에 올해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3%로 지난 2021년 4·4분기(1.4%)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내수가 생각보다 강건하게 나왔고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커서 한은 입장에서 뭘 놓쳤는지. 그 놓친 것의 영향이 일시적인지, 더 길게 갈 내용인지 등을 점검할 시점”이라며 “성장률이 좋게 나온 건 좋은 뉴스인데 이걸 어떻게 해석하고 통화정책 반영할지가 두 번째 변화요소”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중동사태 등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리스크와 최근 변동폭을 키우는 환율을 세 번째 변화요인으로 꼽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 공격이 본격화하는 등 중동 정세 불안에 두바이유는 지난 1월 배럴당 78.9달러에서 지난달 89.4달러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약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을 터치하며 최근 변동폭을 키우고 있다.
이후 외환당국의 개입에 소폭 진정됐으나 비둘기(통화완화 선호)파적인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도 전날 1375.9원에 마감하며 여전히 1370원 중후반대를 횡보 중이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들의 생각 중요한데 2명 바뀌었고 여기(조지아)에 있으면서 금통위원과 논의할 시간 없어서 상의해야한다”며 “5월 전망 전에 이 3가지 변화 요소 중에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이고 우리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직원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직원들이 브리핑할거고 그걸 통해서 금통위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며 “이것이 통화정책 어떤 영향일지는 5월 통방 때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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