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예비적 청구 추가
"내용 가장 잘 알고 있어 확인 필요" 김범수 증인 신청
지난 2017년 10월 당시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600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달라며 카카오벤처스(옛 케이큐브벤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2심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예비적 청구로 추가했다. 아울러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고법 민사18-2부(박선준·진현민·왕정옥 부장판사)는 3일 임 전 대표가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약 598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며 낸 약정금 소송 2심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임 전 대표 측은 "주주총회 결의는 피고 측에서 거쳐야 하는 의무"라며 "피고는 계약 당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야 하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합당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가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만약 알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면 기망에 해당하므로 형사 책임도 져야 한다"며 예비적으로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예비적 청구는 재판에서 주위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2차적으로 행하는 청구를 말한다. 약정금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카카오벤처스 측은 "피고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어떤 자가, 어떤 구체적 행위로 인해 그런 것인지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누구도 원고와의 관계에서 주주총회 결의를 약속했다거나, 본인이 알고 있음에도 필요 없는 것처럼 기망한 행위가 없다"고 맞섰다.
임 전 대표 측은 김 센터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변호인은 "카카오가 카카오벤처스의 1인 주주였고, 원계약과 변경계약 모두 김 센터장이 관여했으므로 내용을 가장 잘 알고 있다"며 "김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수뇌부들이 주고받은 연락, 이메일 등이 있는데, 증거로 제출하기엔 부적절한 것 같아 직접 물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재로서는 필요성, 관련성이 불확실해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소명해주면 그에 따라 증인 채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오는 7월 24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의 첫 펀드 '케이큐브 제1호 벤처투자조합펀드'가 2021년 10월 청산했으나, 사전에 약속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의 전신인 케이큐브벤처스 초대 대표를 맡았는데, 2015년 초 성과급의 70%를 받는다는 내용의 성과보수 계약을 맺었다. 이후 임 전 대표가 카카오 대표로 취임하면서 이 계약은 '보상 비율을 44%로 낮추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카카오벤처스 측은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계약 당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성과보수 변경 계약은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의 직무 수행 기간과 무관하게 44%를 지급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변경 계약은 주주총회 등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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