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이 수입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조사를 크게 늘리는 등 보호무역 조치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예측불허의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 업계와 노조가 '국내 산업 보호'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권은 표를 의식해 이에 부응하면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5일 '미국의 대선 정국 보호주의 조치 증가 현황'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7개월 동안 미국이 수입품에 대해 내린 반덤핑 및 상계관세 신규 조사 개시 결정은 총 72건(반덤핑 46건·상계관세 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첫해인 2021년 35건(24건·11건)과 이듬해인 2022년 30건(19건·11건) 등과 비교하면 2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반덤핑 조사는 수입품이 가격 경쟁력을 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덤핑(dumping)'돼 들어오는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진행된다. 조사 결과 덤핑 규모에 상응하는 금액을 반덤핑 관세로 부과해 제재하는 제도다. 상계관세는 수입품이 정부의 수출 보조금이나 장려금을 받아 가격을 낮춘 경우 이를 상쇄할 목적으로 정규 관세 이외에 추가로 부과하는 관세다.
이런 조치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16년(53건)과,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해였던 2017년(79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후 2018년 이후 50건대로 줄어들었다가 트럼프 행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 다시 119건으로 치솟았다. 바이든 행정부 첫해에는 35건으로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표심과 관련된 정치적 계산이 우선될 수 있어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며 "대미 수출 기업들은 선거 관련 행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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