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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펨테크 돌풍 온다" 새 먹거리 찾기 분주한 보험사, 女고객에 러브콜

보험硏 "2030년경 펨테크 시장 규모 약 1000억달러"
여성 보험 보유율 80%...남성 앞질러
올해 1·4분기 당기순이익 1249억원 낸 한화손보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판매 호조가 주효했다는 분석
타 보험사도 앞다퉈 여성 특화보험 출시
향후 보험사 '여성 고객 모셔가기' 가속화될 전망

"펨테크 돌풍 온다" 새 먹거리 찾기 분주한 보험사, 女고객에 러브콜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앞에서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장미꽃을 받은 여학생들이 미소를 보이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 뉴욕의 여성 노동자들이 화재 사고로 숨진 여성들을 추모하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시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뉴스1

관리 주체(성별)에 따른 가구 내 보유자산 항목
(%)
여성우세 항목 남성 여성
보험, 연금 76 80
ETF 29 32
금 등 실물자산 37 41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전세계적으로 펨테크('여성'과 '기술'의 합성어) 산업의 시장잠재력이 높아지면서 보험 시장에서도 여성 고객을 적극 유입하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보험 보유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난 데다가 여성 특화 보험상품 흥행이 보험사 실적 호조로까지 이어지면서 향후 보험사들의 '여심 잡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남성 대비 평균수명이 길고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여성들의 특성에 힘입어 펨테크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윤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여성을 위한 건강관리, 해외 펨테크 기업 동향'에서 오는 2030년경 펨테크 시장 규모가 약 1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해당 리포트에 의하면, 미국 가임기 여성은 남성보다 평균 80% 높은 비용을 건강관리 목적으로 사용했다.

펨테크 시장 성장세의 영향을 받아 보험업계에서 여성 고객의 영향력도 두드러진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4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여성들은 남성보다 보험 및 연금, 금 등 실물자산 보유율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관리 주체(성별)에 따른 가구 내 보유자산 항목을 살펴보면 보험·연금의 경우 여성이 80%로 남성(76%)을 앞섰다.

이에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여성 특화 보험상품이 실적을 견인할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1·4분기에 전년 동기(995억원) 대비 22.5% 급증한 12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분기 이익을 달성한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판매 호조가 실적 성장의 핵심 요인이었다. 해당 상품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지난 4월까지 10개월 간 누적 매출 132억원을 돌파했으며, 지난 2월에는 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동기간 신계약 건수는 12만5600건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2030 연령대 여성 고객의 가입 성장률은 약 73.6%로 나타났다.

한화손보 신계약체결 신규고객 현황
(명)
구분 ‘23.06 ‘23.07 ‘24.03
합계 88,221 75,417 108,292
남성 45,041 31,765 46,978
여성 43,180 43,652 61,314
(한화손보)

한화손보 월별 신계약체결건수 현황
(건)
구분 23년 3분기 23년 10월 23년 4분기 24년 1분기
합계 274,544 205,332 397,199 291,802
남성 120,555 93,405 183,676 128,417
여성 153,989 111,927 213,523 163,385
(한화손보)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이 출시된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신규 여성 고객 수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화손보 '월별 장기신계약 체결건수 및 신규고객 수'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한화손보에서 신계약을 체결한 신규 여성 고객 수(2만2500명)는 남성(2만3725명)에 미치지 못했지만 그 다음 달부터 2만2670명으로 증가하며 남성 고객 수(1만7854명)를 상회했다. 이후 가장 최근인 지난 3월에도 신규 여성 고객 수는 3만2410명으로 집계돼 남성 고객 수(2만5249명)를 앞섰다. 여성 고객의 신계약체결건수 또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남성 고객의 신계약체결건수를 모두 추월했다. 가장 많이 차이가 난 달은 지난해 10월(1만8522건)로 여성 신계약체결건수가 11만1927건, 남성 신계약체결건수는 9만3405건이었다.

한화손보는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1.0'을 시작으로, 지난 1월 출시한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 시리즈를 통해 장기보험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업계 최초로 고객의 난소기능 검사를 지원하고, 난자동결 보존 시술시 고객을 우대하는 헬스케어 특화 서비스도 탑재했다. 여성 고객이 출산 또는 육아휴직 시 제공하던 1년 보험료 납입유예 혜택을 실업했을 경우에도 보험료를 유예해주는 제도로 확대했다. 유방암(수용체 타입) 진단비 특약과 출산장려 가입력 보존서비스는 지난 1월 손해보험협회로부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연내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3.0'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개발 콘셉트는 여성을 위한 멘탈케어 및 웰니스 개념을 본인을 가꾸고 싶은 여성을 위한 뷰티케어 보험으로 확장하는 것과 여성특화담보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손보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타 보험사들도 여성 고객 공략에 분주하다. 롯데손보는 지난 1월 ‘FOR ME 언제나언니 보험’을 출시, 3545세대 여성 고객에게 골다공증·관절염 등 갱년기 관련 보장을 50세까지 제공하며 우울증 등 치료 비용에 대한 정신질환치료비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흥국화재는 이달 5세 이상 딸을 둔 50세 이하 엄마에게 월 보험료의 2%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흥Good 모두 담은 여성MZ보험'을 출시했으며 NH농협생명은 오는 8일 '핑크케어 NH건강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해당 상품은 유방암·여성생식기암 진단 시 각각 최대 1억원씩 보장하고, 임신을 위한 난임치료자금을 보장하며 보험료 인상 없이 100세까지 여성 주요 질환을 보장하는 비갱신형 상품이다.

앞으로도 여성 고객을 겨냥한 보험사들의 상품 출시 행보는 계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들이 가계에서 소비 선택권을 많이 가지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보험 시장에서 여성 고객들의 이용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며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쪽에서 여성들의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보험사들이 여성 고객들에게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상품을 출시하는 것을 서두르고 있는데, 향후 이런 경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