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난 2월부터 포위중인 가자지구 라파 지역에 대피령 내려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 휴전 협상 위태 "작전 불가피"
네타냐후, 美 반대에도 지상전 강행 의지 "홀로 서겠다"
6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동부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대피령 소식을 들은 주민들이 라파 밖으로 도망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월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 지역을 포위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마침내 라파에 모인 피란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라파 진입을 반대하는 미국 등 동맹들에게 고립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필요하다면 “홀로 서겠다”며 지상 작전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가자 남부에 대피령, 지상 공격 임박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6일(현지시간) 라파 동부 지역에 대피를 촉구하는 전단지를 살포했다. 동시에 지역 주민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지정된 지역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아비하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가자지구 동남부 해안에 있는 알 마와시의 '인도주의 구역'을 확대한다면서 라파 동부에 머무는 주민들에게 이곳으로 대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알 마와시에는 야전 병원과 텐트촌, 식량과 물, 의약품 등이 구비되어 있다"면서 "정치적 승인에 기반해 이스라엘군은 라파 동부 주민의 임시 대피를 촉구한다. 이 과정은 향후 상황평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구호 단체들도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대피 개시 관련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1200명 이상을 살해하고 이스라엘 국민과 외국인을 합해 총 253명의 인질을 납치하자 곧장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 정부는 같은달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으며 북부 가자시티와 중부를 평정한 뒤 지난 2월부터 남부 라파 일대를 포위했다. 약 230만명에 달하는 가자지구 주민들은 이집트와 국경이 막힌 상황에서 라파로 몰려들었으며, 현재 라파에 머무는 주민 숫자는 약 130만명으로 추정된다.
올해 선거를 앞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에서 군사 작전이 진행되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다며 이를 극구 말렸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라파까지 진격해 하마스 잔당 및 이집트에서 하마스로 물자를 공급하는 지하 터널을 파괴해야 전쟁이 끝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등의 중재로 지난 1월부터 휴전 및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라파 인근 칸 유니스에 약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촌을 조성하고 라파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킨 다음에 지상 작전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5일(현지시간) 캐내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토론토 대학에서 이스라엘 지지자(왼쪽)가 이스라엘 국기를 든 채 팔레스타인 국기를 설치한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이스라엘 네타냐후 "홀로 서겠다"
이스라엘이 미국 및 동맹의 만류에도 라파에서 지상 작전을 강행한다면 외교적인 균열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가자지구 사망자는 약 3만4500명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는 지난달부터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졌으며 유대인을 겨냥한 범죄도 늘어났다. 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과 비영리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이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 사건은 2022년 3697건에서 지난해 7523건으로 급증했다.
5일 가자지구 남부와 이스라엘을 연결하는 케렘 샬롬 국경 검문소에서는 약 10발의 로켓 공격으로 3명의 이스라엘군이 사망했다. 같은날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 장관은 하마스가 라파에서 로켓을 발사했다며 "라파에서 가까운 장래에 강력한 작전을 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5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휴전 협상에 대해 아직 협상이 실패한 것은 아니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갈란트는 6일 미국에 "하마스의 휴전 거부라 라파 작전이 불가피하다"고 통보했다.
같은날 네타냐후는 과거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를 추모하는 행사에 참석해 "이스라엘이 홀로 서야 한다면 홀로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끔찍한 홀로코스트 당시 세계 지도자들이 이를 방관했고, 어떤 나라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한 첫 번째 교훈은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오늘 우리는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과 다시 맞붙게 됐다"며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5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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