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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태양절’ 사용 말라며 ‘김일성·김정일’ 기부금은 확대 지시

-북한 당국 김일성 우상화 용어 ‘태양절’ 문구 사용하지 말라면서도
-최근 김일성, 김정은 명의로 조성되는 기부금은 거둬들여 불만고조
-북한과 친인척 관련 중국 조선족 기업과 파견 북한 노동자, 납득 못해 

[파이낸셜뉴스]
北 '태양절’ 사용 말라며 ‘김일성·김정일’ 기부금은 확대 지시
북한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112주년을 맞아 김덕훈 내각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당과 정부의 간부들이 지난달 14일 평양 만수대언덕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일성 주석 우상화 용어인 ‘태양절’ 문구를 사용하지 말라던 북한 당국이 최근 ‘김일성김정일기금’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중국 요녕성 단동의 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한 한 현지 소식통은 “김일성 생일을 부르던 ‘태양절’ 문구를 쓰지 말라던 북조선 당국이 ‘김일성기금’을 거두었다”면서 “태양의 명의는 삭제하고 기금사업은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일성을 태양에 비유해 우상화하던 북한 당국은 올해 김일성 생일을 ‘태양절’로 호칭하지 않고 ‘4월 명절’ ‘4.15명절’로 불렀지만 김일성 명의로 조성되는 기부금은 그대로 거둬들이고 있어 불만과 반발이 커지고 있단 얘기다.

2012년부터 북한은 ‘국제김일성기금’을 개편해 ‘김일성김정일기금’ 이사회를 창립하고 중국과 러시아, 동남아 등 세계 각국 대표부들에 김일성·김정일기금 사업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소식통은 "해당 기금 사업에 가입한 회원들은 대부분이 북조선과 친인척으로 관련이 있거나 사업상 물류를 교류하던 사람들로 중국과 북한간에 무역거래가 열리면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인 것으로 안다”며 “중국 심양과 단동에서 김일성김정일기금 사업에 참가한 중국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최소 500유로(3800위안)를 낸 것으로 안다”면서 “그 외에 1만위안(1382달러) 이상 낸 회원도 있지만 기금액수와 관계없이 새로운 회원을 발굴할 데 대한 별도의 지시도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국 심양의 역시 익명을 요청한 다른 조선족 소식통도 지난 5월 1일 “중국에 파견된 북조선 노동자들이 4월 15일에 김일성기금을 바쳤다”면서 “이는 기금조약에 명시된 자원적인(자발적인 참여) 원칙을 벗어나 강제로 거둔 것”이라고 RFA에 전했다.

또 “이번 기금은 파견 노동자 1인당 중국돈 50위안(7달러), 공장 간부들은 500위안(70달러), 사장은 1000위안(140달러)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수령님에 대한 충성의 마음으로 더 많이 바칠 사람은 자원하라고 추동했지만, 자원하여 더 바친 사람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맨년 2월 16일 김정일 생일, 4월 15일 김일성 생일, 7월 8일 김일성 사망일,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일 이렇게 일년에 네 차례 강제 모금을 한다”며 “김일성의 상징으로 불리던 태양절이란 말도, 글도 쓰지 말라는 북조선 당국이 김일성 명의로 기금을 거둬들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선대 수령들의 위상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그들의 명의로 돈을 모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일성김정일기금은 선대 수령들을 영원한 민족의 태양, 전 인류의 태양으로 천년만년 모시기 위한 것에서 발기한 사업으로 안다”며 “그런데 태양을 지워버린 당국이 김일성 기금을 거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