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6월 말 7월초 대신 7월 말 8월 초로 가닥
황우여 "원내대표 선거가 밀려" 설명
당내에서는 비전과 철학 요구
원내대표 선거 이어 당대표에서도 친윤계 후퇴 여부 주목
국민의힘 황우여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7~8월께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주류인 친윤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 참패 책임론의 그늘이 여전한 상황이지만 새 대표를 뽑는 전대를 앞두고 전열 재정비차원에서 전면에 나서야 할지, 아니면 총선 패배의 자성론 차원에서 '2선 후퇴'를 해야할 지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측면 지원과 원내 1당 거대 야당으로 22대국회에서 입법 독주를 예고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친윤계가 전대 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현실론'과 '명분론' 사이에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7말8초 與 전대 유력
7일 여권에 따르면,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전대 시기를 6말~7초보다 더 늦은 7말~8초로 내다봤다.
황 위원장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6월 말, 7월 초를 얘기했는데, 지금 전당대회 당헌당규상 최소한 필요한 시간이 40일 정도 된다. 6월 말이면 5월 20일부터 착수해야하는데,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6월 말에서 7월 초에 전당대회를 실시하려면, 원내대표 선거가 지난 3일 예정대로 실시돼야 했는데, 구인난으로 인해 오는 9일로 연기되며 사실상 전당대회 준비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잠행중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 길을 열어두려는 일종의 '시간벌기'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새 비대위는 특정 인사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전대를 치르기 위한 역순을 고려한 불가피한 일정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당내에선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를 온 몸으로 막아야 하는 22대 국회를 앞두고 차기 당 대표는 소수 여당 대표로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대야투쟁을 할 수 있는 '강한 지도자'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이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데다 '강성 친명' 인사인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가 이미 특검법의 입법 독주를 예고한 마당에 범 야권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으면서도 유연한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게 여당내 주류측 시각이다.
정부·여당 대표로서 정책 비전과 민생 안정을 리드할 수 있는 유능한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여당 재선 당선인은 "당대표는 지도자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비전과 철학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원내 뿐만 아니라 원외까지 아우를 수 있는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대표로서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친윤계, 전대 전면 등장이냐 2선 후퇴냐
친윤계로선 고민이다. 총선 참패의 여진이 지속되면서 원내대표에 대표적 친윤인사인 이철규 의원이 출사를 포기했는데 새 대표를 뽑은 전대출마까지 '2선 후퇴'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도 친윤계에 대한 총선 참패 책임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집권 3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지원을 위해서라도 전대 정국에서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친윤계가 전대 출마여부를 고리로 한 '고차방정식' 풀기에 고심하는 사이 비교적 계파 색채가 옅은 후보군들의 존재감이 벌써부터 부각되고 있다. 나경원·안철수 의원을 비롯해 원외 인사로는 대표적 비윤계인 유승민 전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영세·권성동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친윤계 내부에선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를 내세우며 친윤계 지도부를 완성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전대에서도 친윤계 전면에 나서 총선 참패 원인을 복기하고 당 전열 재정비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친윤계의 전면 등장이 부담스럽다면, 일종의 화학적 결합 구도인 '나·이연대'(나경원-이철규) 등 새로운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황우여 비대위의 숙제인 전대 룰 개정여부도 주목된다.
황 비대위원장은 앞으로 당원 및 민심, 여론 등을 보고 전대 룰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100% 당심 현 룰 유지와 당심과 민심의 비율 배정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잠행중인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대 출마 여부도 관심거리다.
한 위원장이 휴식기에도 비대위원에 이어 당직자와 만찬을 갖는 등 사실상 당권 채비에 나선게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한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는 명분이 없다는 부정적 기류가 혼재된 양상을 띠고 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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