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서 러 대통령 5번째 취임식… 완주땐 30년 집권
美·英·20개 EU회원국 불참…이도훈 한국대사는 참석
우크라·서방 맞서 北中과 밀착…국방장관 등 내각 개편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5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현대 러시아 역사상 가장 긴 재임 기록을 세우게 된 그는 우크라를 지원하는 서방에 맞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국 및 북한과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스탈린 기록 넘길 수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7일 정오(현지시각)에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제 8대 러시아 연방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87.28%의 득표율로 당선된 그는 이날부터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의 대통령 경력은 올해까지 20년이다. 그러나 2008년부터 총리로 재직했던 4년도 합산하고 2030년 임기를 마친다면 총 30년을 집권하는 셈이다. 이는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 29년(1924~1953년)을 넘어 현대 러시아 지도자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
푸틴은 이번 임기를 마친 뒤에 또다시 연임에 도전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83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푸틴은 러시아 제국 당시 1762~1796년(34년) 집권한 예카테리나 2세 황제를 제치고 러시아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가 된다.
취임식장에는 국내외 유명인사 수백명이 초대받았지만 우크라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은 행사 참석을 거부했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6일 발표에서 지난 3월 러시아 대선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푸틴의 취임식에 사절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캐나다도 행사에 불참했으며 유럽연합(EU)도 EU 차원의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각국에 취임식 불참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7개 국가 사절들은 취임식에 참석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러시아나 러시아 국민과 전쟁 중이 아니며, 모스크바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핵무기 훈련 강행
외신들은 푸틴이 새 임기를 맞아 서방을 견제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6일 발표에서 우크라 침공을 지휘하는 남부군관구의 미사일 부대가 대통령의 지시로 '가까운 미래'에 공군 및 해군과 함께 전술 핵무기 사용 연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훈련 장소와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날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훈련을 서방의 호전적인 태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의 불안정화 조치 맥락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에 곧 인도한다고 알려진 미국산 F-16 전투기에 대해 "어떻게 개조돼 공급되든지 우리는 그것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자산으로 취급하고 이를 미국과 나토의 의도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과 밀착했던 푸틴은 취임식 이후 이달 안에 중국 방문을 예고하면서 서방의 압박을 견딜 외교적인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외신들은 푸틴이 밖으로는 서방을 위협하면서 안으로는 전쟁 지지 여론을 유지하기 위해 애국주의 교육과 선전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푸틴은 올해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와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 이후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반정부 세력 색출 및 미디어 통제를 가속할 것으로 추정된다. WP는 푸틴이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며 성소수자 탄압 및 대가족 장려 등 보수적인 정책을 추진한다고 예상했다.
한편 푸틴은 지난 4월 26일 "새 정부 구성에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내각 개편을 시사했다.
가장 유력한 교체 대상은 우크라 침공을 2년 이상 지휘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다. 2004년부터 20년째 외교 수장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교체설에 휘말렸다. 외신들은 쇼이구의 경우 아직 전선에서 우위를 차지한 공을 감안하면 교체되지 않을 수 있다며 푸틴이 개각을 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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