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전방위 확산
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 등
사업비 대부분 中 차관 빌려
中 영향력 키우며 교역 확대
일부 국가는 빚더미 내몰려
시진핑, 弗 이어 세르비아 방문
유럽 간 시진핑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의 국빈 만찬에 초청된 프랑스 영화감독 뤽 베송(왼쪽)이 시 주석과 악수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 주석은 이틀 일정으로 프랑스를 국빈 방문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이 동남아국가들에 대한 철도·항만 등 인프라 건설을 축으로 한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국가들의 채무도 늘면서 대중국 의존도와 중국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철도 등 확충된 인프라를 타고 중국 상품의 수출도 증가하고 있다.
7일 중국의 일대일로망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올해 하반기 중국 지원 아래 사업비 17억달러(약 2조3094억원)의 '후난테초 운하 프로젝트'를 착공, 2028년 개통할 계획이다. 수도 프놈펜과 태국만에 접한 캄보디아 항만까지 총연장 180㎞를 운하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대부분은 중국 차관으로 마련한다.
캄보디아 공공사업운수부는 "중국 건설사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사전 조사를 진행, 올 후반 프로젝트 착공이 가능하다"면서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투자처인 시아누크빌 경제특구와 시아누크빌 자치항으로의 접근이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수송비용을 최대 30% 줄여 의류산업 등 주요 수출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앞서 중국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억달러(약 1조4943억원)를 들여 시엠레아프 앙코르 국제신공항을 확장, 규모를 3배로 늘렸다.
중국 기업들이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베트남 라오까이성과 중국 윈난성을 연결하는 낡은 철도를 고속화하는 사업도 궤도에 올랐다. 윈난성에서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제1항구 하이퐁, 세계자연유산지역인 할롱베이역(꽝닌성)을 잇는 구간이다. 투자액은 100조동(약 5조3000억원) 규모로 조기 착공을 위한 중국의 차관 제공 협의가 진행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의 지원 약속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중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91억달러(약 12조3687억원)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동남아국가들은 중국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중국의 정치적인 영향에 더 취약해질 전망이다. 또 중국의 초저가 과잉생산품들이 밀어닥치면서 걸음마 단계인 동남아의 제조업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됐다. 라오스 같은 곳에서는 중국 국영기업들이 전력망을 인수, 운영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중국의 전력 공기업 남방전망은 라오스전력공사로부터 최근 송전사업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라오스 국내 대부분의 송전망을 인수해 운영하게 됐다.
중국전력건설 등 다른 중국의 국유전력회사들도 라오스의 수력발전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 중이다. 라오스 북부도시 루앙프라방 부근의 연 발전용량 5000GWh 규모의 수력발전 댐에 28억달러(약 3조8044억원)를 투자, 2021년 가동시켰다.
라오스 경제는 사실상 중국의 손안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 연구소는 지난 2018~2023년 5년간 중국 기업의 라오스에 대한 전력인프라 투자규모는 32억달러(약 4조3478억원)로 이전 5년에 비해 30% 늘었다고 발표했다. 2022년 라오스에 대한 직접투자 가운데 중국 비율은 36%로 1위였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라오스 공적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중국에서 빌려온 채무였다.
스리랑카 등에서는 이미 '채무의 함정'이 현실화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채무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남부 함반토타항에 중국 석유화공(시노펙)의 정유소 건설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사업규모는 45억달러(약 6조1173억원)에 달한다. 스리랑카는 2013년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편승해 고속도로나 공항, 항만 등 대규모의 개발사업에 거액의 융자를 받았다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더해 시노펙 한 회사에 의해 스리랑카가 좌지우지될 수 있게 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호주 싱크탱크 로우이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이 일대일로와 관련해 동남아에서 원조를 약속한 2015~2021년의 인프라 사업 중 60%가 넘는 547억달러(약 74조4193원)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앞으로 더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프랑스와 세르비아, 헝가리 등 상대적으로 중국에 우호적인 유럽 3개국 순방길에 나선 시진핑 주석은 7일 두번째 방문지인 세르비아를 찾았다.
시 주석은 세르비아 방문에 앞서 세르비아 일간지 폴리티카에 낸 기고문에서 "25년 전 오늘 나토가 무지막지하게 유고슬라비아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것을 잊어선 안 된다"며 "중국 인민은 평화를 귀하게 여기지만 절대 역사적 비극이 재연되지는 않게 할 것"이라고 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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