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통과 임박
일각 "사용 목적 분명한 자금"
임대주택 공급 등에 지장 우려
다른 사기 사건과 형평성도 부각
사회적 합의 요구 더 커질 전망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21대 국회 내 처리 가능성이 커졌다.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다만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적정하냐는 지적이 있다. 막대한 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 기금 투입 '적정성 논란'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전세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피해 주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회수한다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은 개정안에 보증금을 회수하는 실질적인 피해 해결책이 담겨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전세사기 피해자 곽모씨(33)는 "피해자는 경공매로 처분한 돈으로 받고 있다. 낙찰 시 손실금액을 줄이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집을 스스로 낙찰받기도 한다"며 "원하지 않는 집이 생기는 것도 싫고 빚을 안는 것도 싫어서 금전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자금으로 주택도시기금 투입된다는 점이다.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은 임대주택 공급과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주택 구입·전세자금 지원에 사용된다. 개정안은 기금을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라 정부나 전문가들은 적정성 측면에서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은 잠시 빌려온 자금인데 소모성으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공임대 사업 등에 지장이 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회수를 고려한다면 가능한 조치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정안은 피해자한테 구상채권을 매입해 주는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니라 공정 가치대로 채권을 매입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피해자들도 행정적 노력을 강조한다. 전세사기 피해자 최모씨(27)는 "이전 법안에서도 피해자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을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겨우 1건 매입하는 데 그쳤다"며 "정부가 집행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부족한 기금 여유자금
주택도시기금으로 피해 구제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기금 여유자금이 지난 2021년 말 49조원에서 올 3월 13조9000억원으로 급감해서다.
HUG 관계자는 "채권 매입 과정에서 계약서 작성 등 HUG가 담당해야 할 인건비 등 행정 비용이 1000~3000억원 정도다. 피해자가 늘어나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채권 매입 기준과 회수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더구나 주택도시기금 사용 규모도 미지수다.
정부는 4~5조원을 투입해야 피해자의 채권을 모두 매입할 수 있다고 본다. 피해자의 평균 전세보증금 1억3000만원에 내년 5월까지 전망되는 피해자 수(3만6000명)를 곱한 규모다. 이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의 시각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책위는 피해자가 최대 3만명일 경우 평균 피해 보증금 1억3000만원을 설정했을 때 58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닌 경우를 50%로 가정하고 피해자들의 보증금 채권 회수액 0원, 평균 피해 보증금 1억3000만원, 최우선변제금 비율을 보증금의 30%로 가정한 결과다.
기금 사용이 많아질수록 사회적 합의 요구는 커질 전망이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특별법은 한시적으로 적용이 된다. 특별법 이전에 당한 피해자들이나 특별법 이후 발생하는 피해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다른 사기 사건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주원규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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