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사진=뉴스1
#. 50대 A씨는 자신이 보유한 건물 지하층 상가 공실이 몇년째 해결되지 않아 고민이었다. 이런 상황에 임차인 B씨가 나타났다. B씨는 "시세의 2배로 줄테니 3개월만 월세로 쓰겠다"며 A씨와 초단기 월세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B씨는 월세도 밀리고 3개월 후에도 나가지 않았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명도소송(부동산 인도 소송)을 낸 끝에 승소 판결문을 받았다. A씨는 집행관과 함께 세입자를 강제 퇴거시키려 했지만 의외의 변수를 발견했다. 상가를 C씨가 무단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C씨는 "B씨에게 권리금을 주고 상가에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자신의 상가를 무단 이용하는 C씨를 퇴거시킬 수 없었다. A씨는 또다시 법률상담이 필요한 신세가 됐다.
임대인 입장에서 세입자가 안나갈 때 흔히 '명도소송'이 정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악성 임차인의 '끝판왕'을 만나면 명도소송만으로는 어려운 경우가 있다. 명도소송은 주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제기하는 부동산 반환 민사소송이다. 그런데 판결문에 적시된 임차인에게만 퇴거 등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 위 사례처럼 A씨가 B씨를 상대로 받아낸 판결문으로는 C씨를 상대로는 강제집행할 근거가 없다. 판결문 어디에도 C씨의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민사 소송이기 때문에 경찰을 불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법적 장치가 점유이전금지 가처분이다. 명도소송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현재 공간을 점유한 사람을 향해 "다른 사람에게 이 공간을 넘기지 말라"고 못박아 두는 법률 장치이다.
이런 방법을 모르는 임대인이 많다. A씨처럼 B씨를 상대로 명도소송 승소를 하고도 B씨와 꼼수 계약으로 들어온 C씨를 퇴거시킬 방안이 없는 셈이다. 악성 임차인은 이를 악용한다. B씨와 C씨같은 경우 신용불량자가 많아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를 해도 돈을 받아내기 어렵다. 임차인이 시세보다 후한 임차료를 들이밀며 계약을 요청할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한 부동산 인도소송에서 약 1년간의 다툼 끝에 승소를 했음에도 강제집행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C씨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내고, C씨에 대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 힘겨운 싸움을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임대인은 명도소송을 걸기 전에 세입자에게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먼저 신청해야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다. A씨의 경우 처럼 임대인이 모르게 B씨에서 C씨로 이미 바뀌어 있는 상황이 있다. 그렇기에 현재 상가를 누가 차지하고 있는지 사전 조사를 하고, 그 대상자를 상대로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내야 한다.
가처분 결정문을 받으면 임대인은 2주 이내에 법원 집행관을 통해 대상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를 집행이라 한다. 2주가 지나면 집행해도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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