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회사채 금리 연7%대로 급등
애로는 적극 해소, 규제는 풀어야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서울 구로구 폴라리스오피스에서 '중소·벤처기업 글로벌화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사진=연합뉴스
중소기업의 자금난과 구인난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기관의 보증을 받아도 중소·중견기업들의 채권 발행금리가 7%대로 뛰었다. 여기에다 구직자들의 대기업 선호로 중소기업 취업자 비중이 90%를 밑도는 등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한 철강·자동차부품 기업은 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연 7% 금리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른 중소형 증권사는 회사채 발행금리를 연 7.70%로 책정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신용을 보강한 뒤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금리마저 연 6~7%대로 올랐다.
중소기업들이 더 버티기 어렵다는 신호도 나온다. 지난 2월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은 0.5%대로 4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 중기 연체율은 0.7%로 전월 대비 0.1%p 올라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99.9%는 중소기업이지만 종사자 수는 40개월째 90%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자금난에 구인난까지 겹친 이중고로 중소기업 생산지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1·4분기 94.3으로 작년 1·4분기보다 2.0% 하락했다. 2020년을 100으로 하는 기준조차 밑도는 수준이다. 대기업의 생산지수가 작년 4·4분기부터 2개월 연속 7%대 상승률을 보인 것과 대비된다.
한마디로 지금 중소기업의 상황은 역대 최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대기업 쏠림현상은 더 심해졌다. 취업기의 청년들은 아예 중기를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재를 유치하기 어렵고 설상가상 자금난까지 더해져 중소기업은 생산과 매출이 감소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
중소기업이 규모가 커지면 중견기업이 되는데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가려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져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세제지원 등의 혜택이 없어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 혜택마저 줄어드니 몸을 움츠리고 아예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고용, 시설투자 등 세액공제 항목에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차이를 줄여주는 등의 중기 지원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8일에는 2027년까지 혁신형 내수기업 1000개를 수출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런 정도로는 부족해 보이고 공허한 구상으로 느껴진다.
중소기업은 국내 전체 기업 수의 99%를 차지하는 산업의 근간이다. 국내 고용의 81%와 부가가치 65%를 맡고 있는 일자리의 원천이기도 하다. 중기의 경영난 악화는 곧 우리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중기는 대기업의 협력업체이자 동반자다. 중기가 살아야 대기업도 더 발전하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할 일은 중기들이 마음껏 기업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애로를 해소해 주고 지원을 강화하며 규제를 풀어주는 것이다.
장수기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상속세와 증여세 규정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속히 바꿔야 한다.
경영 사정이 좋아져서 돈을 많이 벌어야 복지가 좋아지고 인재들이 모여드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한계기업은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겠지만, 살려야 하는 알찬 기업들에게는 아낌없고 과감한 정책적 도움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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