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 전기차 기반 모셔널 로보택시. 모셔널 제공
[파이낸셜뉴스] 애플과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 이어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연구를 중단하면서 '자율주행 시대'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미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한 곳이 잇따라 완전자율주행(FSD) 상용화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완전자율주행의 선두에 섰던 테슬라도 기술 과장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전자 공룡들 '자율주행' 잇단 포기
9일 업계에 따르면 중장기 선행개발을 책임진 삼성전자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은 연구 과제에서 자율주행을 제외하고, 개발 인력을 로봇 분야로 전환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200㎞ 구간 '운전자 무개입 주행'에 성공했고, 자율주행차용 반도체, 디스플레이·센서 등 관련 기술을 선도했던 상황이라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난항을 겪고 사업성도 크지 않아 글로벌 기업들의 포기가 잇따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지난 2월 애플이 '애플카' 개발을 중단한 바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 연구를 맡았던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을 해산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한 것이다. 다만 최근 외신 등에서는 애플이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을 이어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가 자율주행 연구를 접은 것은 기술 구현이 쉽지 않고, 투자 대비 이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도 상용화 가시밭길
자율주행 경쟁이 치열했던 완성차 업계도 최근 우울한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모셔널의 칼 이아그넴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율주행 제품 상용화 계획을 연기하고, 직원 일부를 내보냈다"고 발표했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1조20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한 미국 합작사다. 모셔널은 구체적인 연기 계획과 해고한 직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모셔널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2020년 미국 앱티브와 함께 지분율 50%대 50%로 설립한 자율주행 합작법인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우버, 리프트와 함께 아이오닉5 기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이아그넴마 CEO는 모셔널 블로그에서 "(자율주행) 기술 발전 속도에 만족하지만, 상용화는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들도 현실의 벽에 부딪힌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는 잇단 사고로 사실상 사업을 중단했다. GM도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올해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삭감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선두에 서있는 테슬라 역시 기술력에 의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 연방 검찰로부터 소비자를 오도했을 때 적용되는 '전신 사기'와 증권 투자자들을 속였을 때 적용되는 '증권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가 오토파일럿과 함께 추가로 판매 중인 FSD 시스템은 조향과 제동 및 차선 변경 등을 도와주지만,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니다. 다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2022년 FSD 출시를 앞두고 "당신이 운전대를 건드리지 않아도 직장과 친구의 집, 식료품 가게까지 이동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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