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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포함된 관세협상...쌀 대신 쇠고기·사과 저울질 가능성 커졌다


일본 및 한국 소비자 쌀값(세금 포함) 비교
(엔/5kg, 원/20kg)
2025년 일본(고시히카리 기준) 전년대비(%) 한국(평균) 전년대비(%)
1월 4185 71.5 53254 -6.3
2월 4363 78.7 54438 -2.5
3월 4679 89.4 55237 4.4
4월 4770 100.1 54831 7.9
5월 4970 99.6 56358 4.5
(통계청 등 )

[파이낸셜뉴스] 한·미 관세협상에 농산물이 포함되면서 어떤 품목이 협상 대상이 될지 농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쌀 공급 과잉을 겪는 만큼 쌀 대신 쇠고기, 사과 등 다른 품목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쌀값 급등이 미국산 쌀 수입을 늘리는데 협상 '명분'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7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소비자 쌀값은 국내는 20kg당 5만6358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4.5% 올랐다. 일본은 5kg당 4970엔(약 4만6718원)이다. 전년동기 대비 99.6% 증가했다. 1kg로 환산하면 한국 2818원, 일본 9344원으로 일본이 약 3.3배 더 비싸다. 한국은 올 1월과 2월 각각 6.3%, 2.5% 하락했다. 일본은 지난해 5월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대미 협상을 통한 미국산 쌀 수입 확대는 최근 쌀값 급등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쌀값 안정을 위한 '협상 명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쌀값 안정은 이번 일본 참의원 선거 공약에 포함될 정도로 정치적 과제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상효 동향분석실장은 "일본은 쌀이 부족하고 한국은 쌀이 남는다"며 "일본은 높은 쌀값을, 한국은 낮은 쌀값을 우려하기 때문에 상황이 반대"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미국산 쌀 수입 확대 협상은 일본의 장기적 쌀 수급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 전문가들은 일본은 한국과 쌀 수입 방식(저율할당관세·TRQ)이 달라 협상이 가능했다고 봤다. 한국은 중국, 미국, 베트남, 태국, 호주로부터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양이 있다.

이준원 농식품부 전 차관은 "미국 쌀 수입 쿼터를 늘리면 다른 나라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확정된 TRQ 재협상 사례는 25건에 불과하다. 단순한 TRQ 수정조차 많은 회원국이 문제를 제기해 재협상이 지금껏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나라를 위해 다른 나라의 쌀 TRQ를 감축할 경우 수출국의 손해를 다른 품목으로 보상할 수도 있지만 이해당사자 간의 합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이 국제 조약에 따라 특정 국가 쌀 수입만 늘리기 어렵다보니 다른 농산물 협상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무역장벽보고서(NTE)상 농축산물 비관세장벽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 △사과·배·감자 등 수입위험분석(IRA) 검역 절차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승인 절차 △쌀시장 추가 개방 등이 협상 대상이다.

쇠고기 및 사과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개월 이상 쇠고기 금지는 한국, 러시아, 벨라루스만 남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하면서 많은 나라들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지만 현재 대부분 해제했다.

다만, 국민적 저항감이 크고 쇠고기 수입을 열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미국산 사과는 33년째 IRA 총 8단계 중 2단계에 머물렀던 만큼 검역 기간을 단축하는 협상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후변화로 가격이 급등해 금(金)사과 현상이 부각된 점도 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다. 다만, IRA 8단계는 국제기준에 근거했기 때문에 정부가 자의적으로 단계를 건너뛸 순 없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IRA 등 검역은 과학에 근거해 절차를 밟아왔다"며 "미국과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IRA 과정을 단축시키는 등 자의적인 부분이 들어가면 국내 농산물 보호를 위해 IRA를 사용했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다른 국가에서도 이를 문제 삼을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