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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임대 직접 살아보니

[기자수첩] 공공임대 직접 살아보니
최용준 건설부동산부 기자
나는 아내와 방 하나짜리 집에서 산다. 거실 1개, 방 1개, 화장실 1개인 전용면적 36㎡ 공공임대주택에서 둘이 살고 있다. 결혼할 때 가족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을 형편이 못돼 함께 보증금 약 6000만원을 모았다. 월세, 관리비 합쳐 매달 약 30만원 낸다. 자녀가 없으면 6년만 거주할 수 있어 연말이면 퇴거해야 한다. 다행히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옮길 집이 생겼다. 공공임대주택이 주거사다리 기능을 하는 데 정책 초점이 있다면 나는 큰 혜택을 받았다. 공공임대 덕분에 결혼하고 돈 모아 집 샀다.

지난 3월 국토부가 세대원수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전용면적에 제한을 두는 내용의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세대원 1명은 전용면적 35㎡ 이하, 2명은 25~44㎡, 3명은 35~50㎡ 등으로 구분했다. 기존에는 면적 기준이 더 넓거나 세대원별 제한이 없었다. 규칙 공포 후 이를 철회해야 한다는 국민동의청원에 대한 온라인 동의가 5만명을 넘었다. 청원자는 "세대원수별 규정된 면적이 너무 좁게 산정돼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비판을 의식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인가구 기준인 35㎡보다 1㎡ 큰 집에서 둘이 살아보니 '이 집은 혼자면 딱'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둘이 살기 좁아 불편해도 '어디서 이런 월세를 찾나'라는 생각으로 참았다. 민간 전월세와 달리 몇 년마다 이사할 일도 없어 좋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달라 좁다고 느끼는 감각도 다를 것이다. 아무리 혼자여도 원룸에 살면 갑갑할 것이란 점도 이해된다. 하지만 작은 집의 불편함이 누군가에겐 미래의 발판이고 훗날을 도모하는 보금자리다. 공공임대에서 면적만큼 중요한 과제는 다수가 저렴하게 주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는 데 있다. 주변만 봐도 작은 공공임대라도 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다.

궁극적인 공공임대주택의 정책 목표는 면적과 공급량을 모두 확대하는 길이다. 정부가 면적제한을 둔 것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면적, 공급량 둘 중 우선순위는 공급이다. 정부는 평형 재검토보다는 다수가 거주하는 방안을 찾는 데 더 몰두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는 일부 재건축단지를 대상으로 공공기여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장기적으로 공공임대를 나누기 위해 면적을 고민할 게 아니라 전 부처가 물량을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질 보다는 양이 중요하다. 직접 경험하니 공공임대 한 채에 한 가족의 미래 계획이 달렸다.

junju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