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국가소멸론까지 제기된 인구위기 해법으로 '저출생대응기획부'신설을 제시했다. 현재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지만 정책조정기능이 약하다. 예산권 등도 없는 위원회 조직이다. 이를 통해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0.60명대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정부 조직을 대폭 개편해 저출산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아 인구정책 전반에 대한 기획, 정책조정, 주거, 복지까지 총괄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초대 부총리 겸 장관으로는 주형환 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방안은 지난 총선에서 여야 모두 이른바 '인구부'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국회 반대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작용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과거 경제성장을 강력히 추진해 온 경제기획원 같은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설치, 아주 공격적으로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에 출산, 육아 정책이 나눠져 있어 사업 중복이 잦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부처 신설로 통합·조정하면서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작할 때, 기존에 있는 부처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부처를 경제기획원을 신설해 경제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여기서 나온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한국경제는 경공업부터 첨단산업까지 성장기를 구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경제기획원의 기능은 현재 기획재정부가 통합해 중장기 경제정책방향 등을 입안하고 있다.
현재 사회부총리는 교육부 장관이 맡고 있다. 저출산대응기획부가 신설돼 사회부총리 역할을 하게 되면 교육부 장관은 장관으로 위상이 낮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출생대응기획부는 '기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책조정에 집중하면서 인구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효과성과 예산효율성 분석,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장기대응전략 수립과 기존 기획재정부에서만 수행해 오던 재정(예산)사업에 대한 심층평가까지 맡을 수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역대 정부가 지난 2006년 이후 330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실제 출산율을 높이고 양육을 지원하는 데 충분한 예산을 썼느냐는 측면에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부총리급 부처가 신설되면 기존 정부 조직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현재의 저출생대응기획부는 현재의 저고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여성가족부 등을 합치는 형태가 유력하다. 여기에다 교육부에서 사회관계장관회의 등을 사전 조율하는 차관보급 조직 등을 흡수해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의 정책조정국과 같은 '인구정책조정국' 신설이 불가피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