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하라주쿠 지역 한 커피 매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박소연 기자】 "더운 날씨에 손님을 받는데, 에어컨을 안 쓸 수가 없다. 사활이 걸린 문제다."
도쿄 신바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가사와 유키오씨는 올여름 전기료 걱정에 벌써 마음을 졸이고 있다. 멈출 줄 모르는 엔저 탓에 전기료가 또 한 번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점내 설정 온도는 26.5도로, 전기료는 1개월당 2만엔(약 17만5000원)에 가깝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전력홀딩스는 오는 6월 전기요금 청구분부터 평균 사용량 기준으로 5월과 비교해 약 400엔 높아진 8500엔이 된다. 정부 보조금이 줄면서다.
정부 보조가 아예 없어지는 7월 청구분은 추가로 470엔 정도의 부담 증가가 전망된다. 전쟁으로 최고가를 찍었던 2022년 9월~지난해 1월 수준인 9000엔대에 육박한다. 전기 가격이 오르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사용분부터 전기료의 보조를 시작했다.
정부가 이번에 보조를 중단하는 것은 화력발전 수입 연료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으로, 엔화 표시의 연료 가격은 상승하게 됐다.
전기요금에는 연료 가격 변동을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제도가 있다. 6월분 요금은 1~3월 연료 가격을 토대로 계산한다. 최근의 엔저는 에어컨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여름철 이후, 가계 부담에 반영될 예정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여름은 전국적으로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져 가을에 걸쳐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라니냐는 일본 폭염을 만든다. 역대급 더위였던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온다.
화석 연료를 해외에 의존하는 구도가 엔저를 가속하기도 한다.
일본의 에너지 자급률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전까지만 해도 20%를 유지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 이후 자급률이 침체해, 2020년 기준으로는 11%에 머무른다. 한국의 19%도 안 되는 최저 수준이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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