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 원조 보이스피싱 총책 필리핀서 탈옥 (서울=연합뉴스) '김미영 팀장'으로 악명을 떨친 1세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가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서 탈옥해 우리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8일 외교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달 말 필리핀의 한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사진은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 씨의 2021년 검거 당시 모습. 2024.5.8 [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1세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3)가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박씨를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김미영 팀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알 것이다. 박씨가 바로 '김미영 팀장'이다. '김미영 팀장입니다. 고객님께서는 최저 이율로 최고 5000만원까지 20분 이내 통장 입금 가능합니다'는 내용의 대출 문자로 사람들을 속여 돈을 가로챈 그 '김미영 팀장'이다.
경찰에서 보이스피싱 총책으로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등에서 근무한 경찰이었다. 박씨가 '기관사칭 보이스피싱'의 원조로 변신한 것은 지난 2008년 수뢰혐의로 경찰에서 해임된 이후다.
처음 박씨는 직장을 구했지만 쉽지 않았고 사업을 구상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과거 자신이 처벌했던 보이스피싱범의 제안을 받았고 지난 2010년 범죄에 뛰어들었다. 처음 소액결제 음란전화 서비스 사기를 벌였지만 벌이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씨는 새로운 보이스피싱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인 가공의 인물인 '김미영 팀장'이다.
지난 2012년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박씨는 불특정 다수에게 대출을 권유하는 가상의 금융기관 직원 '김미영 팀장'을 사칭해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전화 상담을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면서 파악한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돈을 가로챘다. 주로 대출을 거부당한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겠으니 인지대나 보증보험료, 예치금을 보내주면 대출 후 돌려주겠다며 돈을 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가 2만여명이며 피해 규모는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자가 많았던 결정적인 이유로는 조선족 사투리를 쓰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 중국 동포를 이용한 기존의 보이스피싱과 달리 철저하게 내국인들로 조직을 꾸렸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금융기관 종사자가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하자 피해자들은 의심하지 못했다.
범죄가 지속되면서 박씨의 보이스피싱 조직은 100여명 규모로 늘어났다고 한다.
필리핀 도피, 그리고 검거까지
박씨의 범죄가 일단 2013년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2013년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국내 조직원 28명을 검거했다. 다만 해외로 도피한 박씨 등 주요 간부들은 잡지 못했다.
박씨 검거가 급물살을 탄 것은 경찰이 국정원과 함께 박씨 측근으로 알려진 A씨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이후다. A씨는 조직에서 대포통장 확보책 노릇을 했다.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필리핀 코리안데스크가 지난 2021년 A씨 검거에 성공했다. 이후 박씨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곳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2주가량의 잠복을 거쳐 지난 2021년 10월 4일 오후 3시 40분께 박씨를 붙잡았다.
경찰청은 박씨 등을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박씨는 국내로 송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리핀 현지에서 인신매매 등 추가 범죄를 저질렀다.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지어 형을 선고받게 되면, 그만큼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추가 범죄 등으로 필리핀 현지 교도소에 수감 상태로 재판을 받던 박씨가 이번에는 탈옥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박씨는 필리핀 현지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교부는 탈옥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박씨를 신속히 검거하기 위해 필리핀 당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