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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액공제만으론 한계… K-반도체 약한 고리 '후공정' 보강"[반도체 경쟁력 높인다]

정부 '10조+α 프로그램' 추진
패키징·테스트작업 대만 등에 밀려
투자금 우선 지원해 기술력 강화
업계 "5년이상 지속 필요" 건의
최 부총리 "의견 반영하겠다"

"세액공제만으론 한계… K-반도체 약한 고리 '후공정' 보강"[반도체 경쟁력 높인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2주년을 계기로 경기 화성시에 있는 반도체 기업 HPSP를 방문해 김용운 대표와 함께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최 부총리는 이날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소 10조원 규모의 지원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분야에 초점을 맞춰 대규모 정책프로그램이 마련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재정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화성(경기)=이창훈 기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0일 공개한 '반도체 10조원 이상 지원프로그램' 추진은 반도체 전쟁에 한국 정부도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의 결과로 분석된다. 세액공제 중심 지원책으론 국가대항전 성격인 현재의 반도체 전쟁에서 갈수록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10조원 지원프로그램은 재정투입 형태의 보조금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들은 사업 추진 때 우선 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뒤져 있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최 부총리 "반도체, 타이밍 싸움"

최 부총리는 경기 화성시에서 열린 반도체 관련 기업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반도체 산업 승부는 투자 타이밍"이라며 "재정·세제·금융·입지 등 모든 가용재원을 총동원, 반도체 생태계 분야별로 꼭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지 않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반도체 전 산업 중 후공정 분야에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웨이퍼 공정인 전공정과 패키징·테스트 작업을 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미래의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으로 파운드리 부문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메모리 부문도 범용보다는 HBM처럼 맞춤형으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패키징 부문의 중요성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은 후공정 기술력에서 대만 등과 상대적으로 격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규모도 뒤져 있다.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 인텔과 대만 TSMC의 최첨단 패키징 투자규모는 32억달러였지만 삼성전자는 18억달러에 그쳤다.

다만 정부는 야당의 '대기업 감세' 비판이 여전해 보조금 등 직접적 재정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지원과 관련, "정부는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생각으로 규제를 풀고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규제완화, 세제감면이라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와 관련, "재정의 한계가 있다"며 "연구개발(R&D)과 같이 기업이 잘하는 분야는 세제를 지원하고, 기업이 취약한 부분에는 재정을 쓰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계, 지속적 지원 건의

이날 간담회에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5년 이상 지속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나왔다.

반도체 분야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사업용 설비·시설과 R&D에 투자하는 중견·대기업에 각각 최대 25%, 40%의 세액공제를 적용받고 있다. 중소기업의 최대 공제율은 설비투자 35%, R&D 50%까지 올라간다.

문제는 초기투자비용을 이익으로 회수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려 기업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지 않거나 불안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분야는 기술이 계속 진화하는 특성상 규모 못지않게 지속성이 중요하다"며 "5년 이상의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1년 단위의 임시세액공제는 기업의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세제지원에서 가장 급한 게 국가전략기술 지원 연장"이라며 "(기재부) 세제실에서 전체적인 틀을 구성할 텐데 기술·설비투자에 포함되는 대상도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국회 협의를 거쳐 세액공제 일몰 연장과 지원 확대를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 추진

정부는 반도체뿐 아니라 기업 전반의 가치 제고 프로그램도 지속 추진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세제 인센티브는 기존에 밝힌 법인세 세액공제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2가지가 구체화 단계에 들어갔다. 최 부총리는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여러 대안이 있고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업 승계부담 완화를 위한 상속세 검토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 부총리는 "가업승계가 부담이 되지 않도록 각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의 '전 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야당은 법안에 구체적인 행정 집행의 대상·시기·방식을 담은 '처분적 법률'을 통해 민생지원금을 즉각 집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공급망 국제협력과 관련, 최 부총리는 "최근 공급망 기획단의 직제 협의가 끝났다"며 "공급망 관련된 기금이 조성돼 있는데 기재부 중심으로 각 부처의 공급망 다변화 안정 노력을 체계화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공급망 기획단은 내달 27일 발족한다.

chlee1@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