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해 크지 않으면 벌금형
집유 이상 받아야 '면허 취소'
범죄이력 공개 등 불이익 필요
수술실 폐쇄회로TV(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대리수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리수술이 적발되도 환자에게 피해가 크지 않으면 피의자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면 죄질이 크면 먼허가 취소될 수 있지만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처벌 기준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호조무사가 모발이식 대리수술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 원장 A씨를 의료법 위반 교사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A씨는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6월까지 탈모 환자의 모발이식 수술의 일부를 간호조무사에게 맡긴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수술대에 앉은 환자의 두피를 절개해 슬릿(구멍)을 만들면 간호조무사들이 미리 채취한 모낭을 심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A씨를 고발한 '불법 대리수술 근절 의사협의회'는 A씨가 엄연한 의료행위를 비의료인에게 맡겨 의료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 서초구의 유명 관절전문병원은 의료법, 의료기기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2022년 송치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병원장 등은 인공관절 등을 공급하는 의료업체를 자회사로 설립한 뒤 해당 업체 직원에게 수술 보조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병원 측은 의사가 모든 수술을 집도했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 의료기기 업체 영업사원이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바도 있다. 경남 양산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지난 2021년부터 1년 넘게 간호조무사에게 수십차례 쌍꺼풀 수술 등을 지시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송치됐다.
■"처벌 약한데, CCTV 의무화 실효성 떨어져"
전문가들은 대리수술을 막으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의료법상 대리 수술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의료인은 적발 시 면허 취소 또는 의료 기관 폐쇄 등의 행정 처분이 이뤄질 수 있다. 문제는 피해자에게 중대한 상해 등 피해가 없으면 대다수의 대리수술이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 처분도 보건복지부 규칙에 따라 자격정지 3개월에 그친다. 징역형 집행유예 이상 선고돼야 면허 취소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1심 선고가 나온 이후에야 행정 처분이 내려진다. 대리수술을 막는 대안으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 CCTV 의무 설치에 대해 먼저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근본적으로 무자격 대리수술을 지시한 의사의 면허를 무조건 취소하고 대리수술 이력을 공개해 환자들이 찾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결국 의사가 돈 때문에 환자를 많이 받고, 대리수술을 행하는 만큼 불법행위로 인한 이득보다 처벌로 인한 불이익이 더 커지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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