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구,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실태조사 의뢰
최근 용역 중간 보고서 공개
지역 인구 절반 가까이 하청 노동자 또는 그 가족
임금 체불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0.9%
울산 동구는 지난 10일 구청 상황실에서 김종훈 동구청장 주재로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정책 계획 설명 및 주요 성과에 관한 회의를 열고 있다. 울산 동구 제공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에서 조선업에 종사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 수준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울산 동구에 따르면 동구지역 조선업 종사자 4만1584명 중 55.1%(2만2917명)는 하청 노동자이다. 동구 인구 15만 2000여 명 중 3분의 1인 약 5만 명은 하청 노동자이거나 그 가족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하청 노동자 지원 계획 수립을 위해 울산 동구가 의뢰한 실태조사 연구 용역의 중간 보고서에 실렸다. 이번 실태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하청 노동자 25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들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기준 월평균 331만원이었다. 응답자들이 원하는 적정 임금 월 438만원보다 107만원 낮은 수준이다.
'직장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말엔 응답자 78.5%가 '낮은 임금'이라고 답했다.
하청 노동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중요한 과제로는 '임금 인상'이 89.4%로 가장 많았다.
성과금 동일 적용(59.3%), 정규직 채용(33.7%), 근속 보장(18.7%) 등이 뒤를 이었다.
임금 체불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0.9%, 4대 보험료 미납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36.4%에 달했다.
일하다 다친 경우 공상 처리(회사에서 치료비만 받는 것)만 받는다고 답한 비율이 63.1%로 가장 높았고, '산재 처리한다'라는 비율은 21.3%에 그쳤다.
건강보험 등 '자비 치료한다'라는 응답(19.7%)도 적지 않았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경미해서'가 63.1%로 가장 많았고, 회사에서 신청하지 말라고 권유(22.7%), 불이익 우려(22.7%), 산재 인정까지 소요 시간과 불안정 우려(18.9%)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를 위탁 수행한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동구 주민 3분의 1을 차지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문제를 주민의 권리로 이해해야 한다"라며 지자체 차원의 종합 지원정책 필요성을 언급했다.
하청 노동자 현황 파악 및 소통망 구축, 권익 보호 위원회 설치, 전담 부서 신설, 비정규직 노동자 지원센터 역할 강화, 노사협의회 활성화, 주거비 지원, 포괄임금제 금지, 산업재해 지원방안 마련 등 5대 정책과제·16개 세부 과제도 제안했다.
앞서 동구는 이런 내용을 토대로 지난 9일 지역 노동정책 전문가 등 3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청 노동자 지원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은 이 자리에서 "전국 최초로 제정한 하청 노동자 지원 조례에 따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연구 조사를 진행했다"라며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용역을 마무리하겠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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