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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사업장 5~10% 구조조정 칼날…2금융권 추가손실에 신용등급 강등되나

PF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으로 사업장 등급 3단계에서 4단계 확대
부실우려 사업장 충당급 75%까지 쌓아야
230조원 PF 사업장 가운데 5~10%가 구조조정 대상..하반기 조정 본격화

PF 사업장 5~10% 구조조정 칼날…2금융권 추가손실에 신용등급 강등되나
[연합뉴스TV 제공]

부동산PF 사업성평가기준 주요 개선사항
현행 개선
평가대상 확대 브릿지론, 본PF 토담대, 채무보증 약정, 새마을금고 포함
평가등급 세분화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
평가기준 구체화 본PF 중심 평가 브릿지론 평가기준 신설
PF 특성이 미흡한 단편적 체크리스트 사업장별 특성에 따라 핵심 위험요인 종합적 고려 1)브릿지론: 경과 기간별 토지매입, 인허가 현황, 본PF 미전환 기간, 만기연장 횟수, 연체 여부 등. 2)본PF: 계획 대비 공사, 분양진행 현황, 시공사 현황, 수익구조, 만기연장 횟수, 연체 여부 등
사후관리 기준 마련 건전성 분류만 명시 사업성 부족 사업장 사후관리 강화
평가결과에 대한 점검 강화
(금융감독원)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에 따라 230조원 규모 PF 사업장의 5∼10%(11조5000억~23억원)가 구조조정 칼날 위에 설 전망이다. 추가 충당금 적립과 경·공매가 진행되면서 제2금융권은 수조원대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 신용등급 하향조정과 일부 비수도권 건설사 및 시행사 파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F 부실 사업장 최대 23조원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에 따라 사업장 등급은 현행 3단계(양호, 보통, 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 보통, 유의, 부실우려)로 확대된다. 현재 가장 낮은 등급인 '악화우려' 사업장은 금융사가 대출액의 30% 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부실우려' 사업장은 충당금을 회수의문 수준인 75% 수준으로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전체 사업장 중 90∼95%가 정상 사업장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5~10% 중 2∼3%가 경·공매가 필요한 '부실우려'로, 3∼7%가 재구조화·자율매각이 필요한 '유의'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규모가 약 230조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7조원 가량이 경·공매 물량으로 나오게 된다. 재구조화·자율매각까지 포함한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 규모는 23조원에 달할 수 있다.

이번 평가기준 개선안을 바탕으로 오는 6월 금융사가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뒤 7월 금감원이 이를 점검하고 8월 평가 결과를 조정하면 9월부터는 구조조정 매물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했다.

경·공매에서 팔리지 않는 매물에 대해서는 저축은행·여신업권의 자체 펀드와 은행·보험업권의 신디케이트론(최대 5조원) 등을 통해 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하단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캠코 PF 부동산 정상화 펀드(1조1000억원)가 받치는 구조가 예상된다.

■2금융권 수조원대 추가 손실 전망
이번 개선방안으로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 등 고위험 부동산 PF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 등의 추가 손실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달 발표한 저축은행·캐피탈·증권 등 3개 업종 스트레스테스트에 따르면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관련 예상 손실은 시나리오별 최소 8조원에서 최대 13조8000억원에 달한다. 업권별 최대 손실액은 저축은행 4조8000억원, 캐피탈 5조원, 증권사 4조원 등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들 업종의 충당금은 약 5조원 정도다. 캐피탈과 증권사는 지난해 이익이 각각 3조원 이상으로 올해 이익에서 충당금을 일부 충당할 수 있지만 지난해 5000억원의 손실을 낸 저축은행은 추가 증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제2금융권은 올해 실적이 나빠질 수 밖에 없다"며 "올해 8월 중순께 발표되는 2·4분기 실적부터 충당급 적립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해 신용등급 또는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곳이 4곳, 하향 조정된 곳이 7곳이었는데 올 들어서는 상향 조정된 곳이 2곳, 하향조정된 곳이 9곳에 달한다"며 "올해 분기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하방 압력이 지속되면서 신용등급 또는 등급 전망이 하향되는 곳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조조정 적기 놓쳤다는 지적도
금융업계와 전문가들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리스크가 본격화했음에도 금융당국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운 사업장에 대출 만기 연장 및 자금 지원을 해 연명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이윤홍 한양대 겸임교수는 "(2년 전보다) 공사비가 2배 인상됐고 건설사가 공사비 100% 확보 조건이 아니면 참여하지 않아 공사비용의 경우도 PF 대출로 조달해야 한다"며 "현재 사업성이 나오는 브릿지론 사업장이 거의 없어 구조조정 시기를 놓쳤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PF 대출채권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사업성이 없어 큰 폭의 할인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매각이 쉽지 않다. 사실상 후순위 및 중순위는 상환가능성이 낮고 선순위인 시중은행에서도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사들의 건전성 악화만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본PF·브릿지론) 대출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조3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70%로 2022년 말 1.19%에서 2배 넘게 급등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이에 대해 "그때(레고랜드 사태 직후) 구조조정에 착수했으면 파괴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났을 것"이라며 "지금은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평가가 있을 수 있지만 연착륙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은행·보험업권의 신디케이트론 조성 관련해 당국의 '팔 비틀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권 사무처장은 "금융사도 완전 부실을 강제적으로 인수하는 게 아니고 내부 이사회를 거쳐 인수하게 된다"며 "은행 수익이 20조원 넘고 보험사도 7조원이어서 여력이 있으며 금융사가 최대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책임 있게 해결하는게 맞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