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소비 회복세라 지원금 불필요
재정부담 크고 위헌 논란도 제기돼
KDI 정규철 경제전망실장과 마창석 연구위원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소득과 소비의 상대가격을 중심으로 한 고물가와 소비부진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동안 실질 구매력이 정체돼 부진했던 민간소비가 올해는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고물가와 소비부진' 현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KDI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2022년 이후에도 실질 민간소비가 실질 국내총생산(GDP)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으나 올해는 다른 흐름일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 소득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KDI의 분석이다.
KDI는 반도체 반등, 수출 호전이 실질 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민간소비 부양을 위한 단기부양책은 불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양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금리인하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제언했는데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가 계속 미뤄지면 이로 인해 소비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KDI 조언대로 부양책보다 실질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더군다나 한국 경제는 치솟는 물가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다. 국제 지정학적 정세에 따른 유가·원자재가 불안에다 기후변화 요인까지 겹쳐 농산물·식품 가격이 연일 요동치고 있다.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급등도 물가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최근 줄줄이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향 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씨티, HSBC 등 글로벌 IB 8곳 중 5곳이 올해 한국 물가전망치를 올렸다. 8곳이 제시한 물가상승률 평균은 2.5%로 한달 새 0.1%p가 상승했다.
고물가는 지금 세계적인 골칫덩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 피벗(정책전환)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잡히지 않는 물가 때문이다. 이 상태라면 금리인하는커녕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있다. 그만큼 물가는 잡기가 어렵다. 이럴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물가를 자극할 정책을 삼가는 것이 최선이다.
더불어민주당이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추진하겠다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이런 현실에서 과도하고 불필요한 정책이다. 야당은 예산 편성과 지급 시기, 방식까지 규정해 특별법으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헌법이 보장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 명백한 위헌에 해당한다.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행정부 권한까지 넘보려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다. 입법부가 스스로 헌법을 어겨서 될 일인가.
특별법에 소요될 예산은 13조원에 이른다. 1100조원 넘는 나랏빚이 있고, 세수가 제대로 안 걷혀 국가재정 운용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현금 살포가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소비회복 추세가 이어진다면 부양책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만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KDI 지적도 돌아봐야 할 것이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해서 야당은 옹고집을 그만 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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