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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부동산 PF 부실 옥석 가려 처리할 마지막 기회다

PF 10% 경·공매 등으로 구조조정
자금 수혈로 연명, 근본 처방 못돼

[fn사설] 부동산 PF 부실 옥석 가려 처리할 마지막 기회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중에 부실이 우려되는 10% 정도를 경·공매하거나 자율적으로 매각한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사업은 230조원 규모다. 이에 필요한 은행·보험권의 자금줄로 최대 5조원 규모 신디케이트론을 조성한다. 13일 금융당국이 이런 내용의 '부동산 PF 연착륙 정책'을 발표했다. PF 사업성 평가기준을 현행 3단계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늘려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의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전체 PF 사업장 중에 최대 7%가 재구조화·자율매각이 필요한 '유의', 3%가 경·공매가 필요한 '부실우려'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경·공매든 재구조화든 오는 9월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가는데, 금액으론 최대 23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부동산 PF의 10%가량이 부실 정도가 심각하거나 우려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금융·건설업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지만 고위험 PF 비중이 높은 제2금융권은 수조원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출구대책'은 늦어도 많이 늦었다. 지난 2022년 저금리 시대가 끝나자 그해 말 레고랜드 사태가 터져 부실 PF 문제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급한 불은 껐으나 늑장대처라는 비판을 받았다. PF 부실사태의 시작이었다. 고금리가 길어지고 금융권이 돈줄을 죄자 '약한 고리'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자도 못 갚아 연체율은 급등했고, 돈을 대거 빌려준 제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았다. 태영건설 부도위기를 기업개선작업 선에서 가까스로 막았으나 PF발 자금경색, 도미노 위기설은 계속됐다. "PF 부실이 금융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해온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흐지부지되는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부동산 PF 부실은 저금리 자금이 대거 풀린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인상과 시장침체가 겹쳐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시장에 풀린 과잉유동성이 PF 형태로 곳곳에 부동산 개발 거품을 만든 것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부실 PF도 많았다. 덜컥 금리가 오르고 시장이 급랭하자 부동산 PF가 가장 먼저 탈이 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직후 경기가 깜짝 반등하자 부실 PF 구조조정도 미뤄졌다. 그 바람에 부실만 더 키웠다. 전국 곳곳에서 건설사와 부동산 개발 시행사들의 부실 경고음이 나왔다. 지방에서는 악성 미분양이 넘쳐나고 있다. 건설사 187곳이 폐업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연체율은 최고 14%에 육박한다. 대출금을 못 갚아 PF 사업이 부도나면 시행사, 건설사, 금융권이 한 고리로 타격을 입는 구조다.

정부의 땜질식 대책으론 PF 부실사태를 진정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앞서 지난 4월 정부는 기업구조조정(CR)리츠를 통한 미분양 물량 매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특정 물량에 대한 쏠림이 심화되는 등 사태 해결에는 역부족이다. '4월 위기설' '5월 위기설' 등 위기설이 꼬리를 문다.

'질서 있는 퇴장'에 초점을 맞춘 이번 대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옥석을 제대로 가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실 판정을 엄정하게 해 부실우려 경계에 있는 PF 사업장을 만기연장, 자금수혈로 적당히 살리는 것은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
고금리 장기화를 감안해 적기를 놓치면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한계기업의 부실·방만 여부를 철저히 따져 신속한 구조조정 이행이 요구된다. 부실을 초래한 제2금융권의 재정건전성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