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특파원 풀기자단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한국과 중국은 가장 빠른 시일 안에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연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한국에서 개최될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지속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또, 구체적인 날짜 등을 3국이 동시에 발표하기로 했다. 한중일 3국은 오는 26·27일 서울에서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조율해 왔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 등에 합의했다.
한중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국민 간 상호인식 개선과 우호 정서 증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양측이 다양한 교류를 촉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지방정부 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문교류 촉진위원회 등 양국 외교부 주도 각종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는 데 공감하였다. 정상 회담을 비롯해 각 레벨에서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건강하고 안정적인 관계 발전에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경제 협력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 등 경제 협력을 지속·강화하기 위해 긴밀한 소통을 해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 왕이 방한 초청
조태열 장관은 고위급을 포함하여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왕이 부장의 방한을 초청했다. 왕 부장은 조 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표시하면서,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조 장관은 이날 왕이 부장에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중국 국가 원수의 한국 방문은 지난 10년 동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7월 시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이 중국 국가 최고 지도자의 마지막 한국 방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문이 이뤄져야 윤석열 대통령의 방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는 중국은 국가 원수인 국가주석이 아닌 국무원 총리가 참석해 왔다. 26일 개최가 유력한 이번 한중일 3국정상회담에도 리창 총리가 참석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등과 관련해서 조 장관은 북한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 중국은 당사자간의 책임과 합의를 강조하고 있다.
조태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한 국내외 우려를 전달하고, 탈북민들이 강제북송 되지 않고 희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중국 측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문제 등 입장 차 여전
양측은 그동안 신경전을 벌여온 대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외세의 개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한국이 전과 달리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 대만 문제에 대해 개입하고 있고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 대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고 불만을 표시해 왔다.
경제 문제에서 왕이 부장은 경제무역 문제의 정치화와 안보화를 경계하면서 자유무역체제의 유지를 강조했다. 중국의 과잉 생산 문제 등을 제기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왕이 부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한중관계가 직면한 어려움이 늘었다"면서 "양국이 간섭을 배제하고 우호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공조 강화를 간섭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함께, 한중 양자 관계와 한반도 및 대만 등 지역 문제, 국제 현안 등 양국의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 회담을 가진 뒤 만찬도 함께 하면서 논의를 이어갔다.
왕이, 한중 직면한 어려움 늘었다며 간섭 배제 강조
외교부는 이날 밤 보도자료에서 한중 양 장관이 우크라이나 및 중동 정세, 미중관계 등 지역 및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고 전했다. 또 양국 장관이 약 4시간에 걸쳐 엄중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양국 관계 증진 방안은 물론 한반도 문제, 지역 및 글로벌 정세에 관해 긴밀히 협의함으로써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모멘텀을 만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자평했다.
한편 이날 아침 베이징에 도착한 조 장관은 중국 현지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점심을 같이 하며 애로 사항을 확인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 경제가 기술 집약형 산업 구조로 바뀌고 있고, 양국 경제 관계도 과거의 상호 보완적 파트너 사이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바뀌고 있다"며 "우리에게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관계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조만간 개최될 한중일 정상회의를 비롯해 다양한 레벨에서 소통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또 최근 신설된 한중경영자회의와 대한상공회의소-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간 정책 간담회, 중국 한국상회-중국 상무부 간 대화 협의체 등 한중 간 교류를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면서 "기업과 외교부가 한 팀이 돼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펼쳐나가겠다"라고 말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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