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속담이 있다. 면전에 대고 욕을 하는 사람보다 겉으로 위해 주는 척하는 사람이 더 얄밉다는 의미다. 지금 네이버가 처한 상황에 딱 맞는 말이 아닐까 싶다. 시어미가 일본 총무성이라면 시누이는 한국 정치권에 비유된다.
한국에 '카카오톡'이 있다면 일본에는 국민 메신저 '라인'이 있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중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사례로, 철저한 현지화로 일본 시장을 장악했다. 시어미 일본 총무성 입장에선 라인의 주인 명단에 한국기업인 네이버가 들어가 있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네이버를 밀어내려는 징후가 뚜렷하다.
네이버는 라인의 또 다른 주인인 소트프뱅크와 협상을 통해 제값받기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선 제값 수준을 1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네이버가 더 이상 일본내 라인 사업을 통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고,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조정의 하나일 수도 있다. 오직 네이버 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최종 결정도 오롯이 네이버 몫이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 정치권이라는 시누이가 끼어들면서 '반일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대한민국 사이버 영토 침탈'이라 표현하자, 범야권을 중심으로 일본정부의 만행으로 규정하며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여기에 대통령실과 정부가 나서 국익보호 차원에서 네이버를 돕겠다고 하자 정치권 공방은 더욱 격화되는 양상이다. 시작은 기업 대(對) 기업간 협상이었지만 생뚱맞게도 반일 프레임이 씌워지면서 이젠 네이버가 라인에서 손을 떼면 마치 '친일 기업'이라도 되는 듯한 모양새다.
기업 차원에서 치열한 물밑협상을 통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기도 쉽지 않은 마당에 정치권 눈치까지 봐야하니 네이버로선 시누이가 더 미울 수 밖에 없다. 사기업의 최대 목표는 이윤 추구다.
네이버 역시 소프트뱅크와의 협상에서 철저하게 기업 논리에 따르는 것이 누가봐도 합리적이다.
시누이에게 묻고 싶다. 네이버가 척박한 일본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는 동안 도대체 어떤 도움을 줬나. 왜 이제와서 네이버를 위하는 척하면서 정쟁으로 이슈몰이를 하는가. 왜곡된 반일 프레임으로 정부를 공격할 시간에 차라리 글로벌 빅테크기업과의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를 위한 묘수찾기에 나서는 게 그나마 미움을 덜 받는 길일 게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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