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중국에 쫓기고 미국과는 격차 더 커진 한국 기술

KEIT 조사, 中에 겨우 0.3년 앞서
국가 주도로 기술개발 박차 가해야

[fn사설] 중국에 쫓기고 미국과는 격차 더 커진 한국 기술
분야별 각국의 기술 수준과 격차.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제공


주요국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여전히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이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다. 조사는 전문가 2722명이 한국,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국가들을 비교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3년 만에 실시한 것이다.

미국의 기술을 100으로 했을 때 우리는 88로, 시간으로 따지면 0.9년의 기술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이후 줄여왔던 미국과의 기술격차는 지난해 다시 벌어졌다. 2017년에는 1.5년이었다. 일본과 기술격차도 2021년 0.4년에서 지난해 0.5년으로 더 확대됐다. 중국과는 겨우 0.3년 앞섰다. 우리 턱밑까지 쫓아온 것이다.

중국의 기술은 우리를 위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추월했다.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만 앞섰지 인공지능(AI), 우주·항공·해양, 양자, 첨단로봇, 전기차·첨단모빌리티, 2차전지, 첨단바이오, 사이버보안 등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수년 안에 중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력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기술력은 국가 전체 경쟁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경제력은 기술력이 좌우한다. 첨단기술에서는 더 그렇다. 값싼 노동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전통적 제조업과는 다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져야 첨단분야의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반도체의 경우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집적기술에서 뒤처지면 제품의 경쟁력을 잃고 수출시장에서 밀려난다.

최고의 기술을 가진 나라들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이 오랫동안 최고의 경제대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끊임없이 발전시켜왔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EU의 독일, 영국, 프랑스도 기술력이 없다면 벌써 몰락했을 것이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의 것일 뿐이다.

미국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은 먼저 우리의 앞을 가로막을 것이다. 선박 제조에서도 중국은 우리를 2위로 밀어냈다. 밀려난다는 것은 곧 기업으로서는 판매 감소, 나라로서는 수출 감소를 의미한다. 우리로서는 미국을 좇으면서 동시에 중국을 앞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머지않은 장래에 10대 경제대국의 자리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기술은 인력과 자본, 정책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발전한다. 뛰어난 과학인재를 육성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투입해야 한다. 기술력을 높이는 일은 기업에만 맡겨서도 안 된다. 국가가 나서서 산학연이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이끌어줘야 한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공직자는 타성에 빠져 기업에 의존하려 한다.
밀어주기는커녕 온갖 규제로 발목을 잡고 있다. 4차산업 시대에서 기술의 역할과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기술을 잠시라도 등한시하다가는 바로 경쟁에서 낙오될 수 있음을 정부도 기업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