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 최모 씨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최근 강남역 인근에서 연인을 흉기로 찔러 무참하게 살해한 20대 의대생 최모씨의 범행 후 행동이 감형을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씨가 감형 전략을 세워 의도적으로 행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도, 계획 범죄 정황이 밝혀짐에 따라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살인 혐의를 받는 최씨는 전날 검찰에 구속 상태로 넘겨졌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최씨가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이 잇따라 드러났다. 최씨는 범행 두 시간 전 집 근처인 경기 화성의 한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산 뒤 피해자를 범행 장소로 불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또 혈흔이 옷에 튈 것을 예상해 미리 옷을 준비해 범행 후 갈아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최씨가 범행 직후 경찰관을 마주치자 투신 시도를 했고, 경찰 조사 시작 약 90분이 지난 시점에 범행 사실은 숨긴 채 "복용하던 약을 두고 왔다"고도 진술한 것도 밝혀졌다.
최씨의 이같은 행동이 '심신미약' 주장으로 감형을 노려 의도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재판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감형을 노리는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22년 신당역 살인사건의 전주환 역시 감형을 위해 의도적으로 범행 당일 정신과에 들리는 치밀한 모습을 보여줬다. 재판 과정에서도 정신과 진료 기록 등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우울증이나 알코올 등의 영향으로 판단이 저하된 상태로도 보기 어렵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전문가들은 최씨의 계획 범죄 정황이나 범행의 잔혹성으로 볼 때 재판 과정에서 심신미약을 주장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양형에 대해서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을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전에 심신미약을 주장하려고 계획했다면 그 부분도 확인을 해야할 것이고, 정신적 문제로 감정서를 제출하더라도 범행 형태로 볼 때 말 그대로 참고사항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범죄가 아니라 계획 범죄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에 심신미약 주장이 재판에서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의학적 지식이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가 예측 가능한 상황이고, 전후 사정, 범행 수법의 잔혹성 등을 고려할 때 참작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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