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번 중국 찾은 푸틴, 다극화 공조와 첨단과학기술 협력 확대 표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취임식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인 87.28%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집권 5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과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미국에 대항하는 공조 체제와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16·17일 중국 국빈 방문을 앞둔 푸틴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라며 밀착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어려운 글로벌 상황에도 불구, 두 나라 관계가 계속 더 강해지고 있으며, 양국 무역 및 경제적 관계도 외부 도전과 위험에 면역력을 갖춘 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의 우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인공지능(AI), 재생에너지 등 첨단 과학기술 및 산업 분야에서 보다 긴밀한 협력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서구 국가들에게 첨단 기술 분야의 이전을 봉쇄당하기 시작한 중국에게 러시아의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협력 의지를 밝힌 것이다.
푸틴, 시진핑은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찬사
푸틴 대통령이 5선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선택한 것은 가장 가까운 국가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긴밀한 공조와 미국에 대한 공동 대응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킨 데 있어 시진핑 주석의 공로를 칭찬하며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10월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간의 무역 규모가 지난 5년 동안 두 배로 늘었다면서 앞으로 산업, 우주, 평화적 핵 에너지 사용 등 다른 혁신 분야에서도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등 10개국 협의체)가 떠오르는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떠받치는 핵심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우리는 외교 정책 공조를 강화해 공정하고 다극화된 세계질서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국제질서 재편에 대한 공조 강화 의지도 확인했다.
푸틴, 중국과 함께 다극화된 세계질서 추진한다고 강조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국은 국제 무대의 주요 이슈에 대해 유사하거나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거짓과 위선, 조작에 기초해 (현) 질서를 강요하려는 서방의 시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 질서 재편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며 러시아는 이에 대한 중국의 접근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들은 이 글로벌 위기의 근간에 있는 원인에 대해 논하기를 꺼린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양국 간 무역 규모는 현재 20조 루블(1조6000억 위안·300조원)에 달한다"면서 "중국은 지난 13년 동안 우리의 핵심 사업 파트너였으며 지난해 러시아는 중국의 4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에 올랐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건국 75주년이자 양국 수교 75주년인 올해는 양국 모두에게 특별한 해"라면서 "양국 관계의 발전은 이데올로기와 정치상황 변화를 초월하는 것으로, 양국 간 근본 이익과 상호 신뢰, 양 국민의 우정에 기초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중국 무술과 중국 철학 등 중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며 "우리 가족도 중국에 매료돼 그 중 일부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미국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속하는 러시아에 군사 전용 가능한 부품이나 기술을 수출해 사실상의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와 관련한 보다 강력한 대중 제재 부과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글로벌타임스, 푸틴 방중으로 전략적 유대 강화 지적
한편, 중국 관영 매체들은 푸틴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신화통신이 푸틴 대통령과 단독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데 이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인민망은 이날 푸틴의 방중 소식을 전하면서 "그는 양자 회담과 국제회의 참석 등을 포함해 중국을 이미 22차례나 방문했다"라고 친밀감을 전했다.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푸틴의 중국 국빈 방문이 양국간 전략적 유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그의 방문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앞서 장한후이 주러 중국대사는 최근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양국 정상의 전략적 지도 아래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시대를 위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현재 역사상 최고의 시기에 있다"라고 밝혔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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