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반도체 등 관세 인상에도
멕시코·베트남서 우회생산 우려
유럽에 있는 中생산기지도 주목
美 "별도 접근법 필요…지켜보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워싱턴 D.C.의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의회연구소(APAICS)의 제30회 연례 갈라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중국에 18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결정한 가운데 제3국을 경유해 들어오는 중국 제품에 대해서는 조치를 시사했다. 유력한 생산 기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와 관세 인하가 예상되는 베트남, 그리고 유럽이다.
■中 막으려면 멕시코 '뒷문' 막아야
AP통신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의 캐서린 타이 대표는 14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업들이 보복관세를 피하기 위해 멕시코를 이용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 문제가 바로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 문제에는 별도의 접근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백악관은 타이의 브리핑에 앞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행위에 따른 보복을 허용하는 미 무역법 301조(슈퍼 301조)에 따라 USTR에 보복관세 인상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보복관세 부과 대상은 180억달러(약 24조6510억원) 규모에 달하며 올해부터 3년에 걸쳐 부과된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조치로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보복관세를 25%에서 100%로 올리고 반도체 보복관세도 2배 올리기로 했다. 이외에도 태양 전지와 항구 크레인 등 중국의 주요 수출품이 보복 목록에 올랐다.
타이 대표는 14일 조치가 중국에서 미국에 직접 수입하는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에 진입하는 중국 전기차 문제 또한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에 관해 산업계와 노동계, 파트너와 대화하고 있다"고 밝힌 뒤 "계속 지켜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는 1992년부터 3국이 참여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체제를 출범시키며 관세 장벽을 허물었다. 3국의 협정은 2020년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교체됐고 해당 협정은 2026년 재협상 시한까지 유효하다.
바이든 정부의 관세 압박을 의식한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멕시코에 공장을 세운 뒤, 현지에서 만든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2월 관계자들을 인용해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브랜드 MG, 비야디(BYD), 체리 자동차를 포함한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인근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 위해 멕시코 관리들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 베트남·유럽 생산 가능성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 코넬대 교수는 "새로운 관세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막을 수도 있지만 해당 수입의 많은 부분이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닌 다른 국가를 거쳐 우회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와 더불어 베트남을 언급하며 두 국가들이 미중 무역 갈등에서 낮은 비용과 인접성 덕분에 이득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최종 소비 지역인 미국에 인접한 멕시코뿐만 아니라 생산 지역과 가까운 베트남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중국의 대(對)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우회하여 미국에 수출한 금액은 미중 무역 전쟁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 수출액은 2018년 15억7000만달러에서 2022년 30억2000만달러(약 4조1223억원)로 1.9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를 통한 미국행 우회 수출은 53억달러에서 105억5000만달러(약 14조4007억원)로 1.99배 늘었다.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을 이용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추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8일 발표에서 베트남의 무역 지위 변경에 대한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섰다. 현재 미국은 베트남의 무역 지위를 '비(非)시장경제'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과 중국, 러시아 등 12개 비시장경제 국가에서 수입하는 품목에 징벌 과세 차원에서 '시장경제' 국가에 비해 더 많은 관세를 부과한다. 바이든은 지난해 9월 중국 견제를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이후 미 상무부는 베트남을 시장경제 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7월 말까지 검토를 마쳐야 한다.
야후파이낸스는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와 베트남 외에도 미국 수출 시 비교적 관세가 낮은 유럽연합(EU)을 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BYD는 이미 헝가리 북서부 코마롬에 전기버스 공장을 운영 중이며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도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다. 해당 공장은 정상 가동까지 2~3년이 더 걸릴 예정이다. BYD는 추가 공장을 건설해 2030년까지 유럽에서 연간 8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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