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로베르트 피초(오른쪽 가운데)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약 190km 떨어진 한들로바에서 총격을 입은 뒤 쓰러져 경호원들이 이송하고 있다. 슬로바키아는 극심한 여론 양극화 속에 정치인들에 대한 살해 위협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 연합
로베르트 피초(59)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치명상을 입었다. 한 남성이 쏜 총에 여러 발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슬로바키아 총리실은 현재 피초 총리가 '위중한 상태'라면서 "앞으로 수 시간이 고비"라고 밝혔다.
피초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약 190km 떨어져 있는 한들로바라는 곳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하다 수차례 총격을 받았다.
슬로바키아 정부는 피초가 위중한 상태여서 수도 브라티슬라바로 이송하는 대신 인근 도시인 반스카비스트리카의 한 병원에 헬기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현재 수술이 진행 중이라고 한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피초에게 총격을 가한 남성은 총기 면허 소지자로 현재 구금 상태에 있다고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친 러시아계인 피초 총리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은 곧바로 반대파가 이번 암살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들은 이번 총격 사건이 슬로바키아의 극심한 정치 분열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퇴임을 앞둔 주자나 카푸토바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정치인들에게 독설을 멈출 것을 호소했다.
카푸토바 대통령은 "우리가 목도하는 혐오 언사들이 혐오 행동으로 이어진다"면서 "총리에 대한 물리적 공격은 한 사람에 대한 공격이지만 아울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슬로바키아 외교부 고문을 지낸 독일 외교관계위원회 애널리스트 밀란 닉은 슬로바키아가 극심한 여론 분열 속에 정치인들에 대한 살해 위협이 빈번한 곳이라고 말했다.
닉은 "이번 사건은 특출나게 터진 사건이 아니다"라며 "슬로바키아는 유럽에서 여론이 가장 극단적으로 양분된 나라로... 정치인들이 수시로 살해 위협을 받는다"고 말했다.
피초는 2006~2010년 총리를 지낸 뒤 2012~2019년에 다시 집권했다. 이번이 세 번째 집권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친 러시아 여론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승리했다.
한편 유럽 정상들은 이번 암살 기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유럽 정치권에서 폭력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폭력이나 공격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등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력행위를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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