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로 인근 골목. 분식집, 커피집 등이 몰려있다./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종로구에서 15년째 김밥집을 운영하는 송모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김밥용 어묵을 볶고 있었다. 그는 다음달까지만 김밥 장사를 하고 가게를 접을 계획이다. 송씨는 "재료값은 계속해서 오르는데 손님에게 내놓는 가격(소비자가격)을 올릴 수 없다 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내가 보게 된다"면서 "이같은 상황이 힘에 부쳐서 더는 못 해 먹겠다"라고 말했다.
어묵과 참치캔, 커피 원두 등 서민용 식료품 원자재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음식 재료값이 올랐지만 자영업자들은 이를 수시로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폐업을 고려해도 대출 때문에 적은 이윤이라도 장사를 지속하는 업자들도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김밥집 사장 "가격 쉽게 올릴 수 없어"
16일 한국소비자원의 다소비 식품 가격분석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34개 품목 가운데 20개 품목의 평균 가격이 지난 1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묵(100g)이 지난 1월 평균 947원에서 지난달 평균 1074원으로 13.4% 올라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참치캔(100g)은 2070원에서 2300원으로 11.1%의 상승률을, 간장(100㎖)은 782원에서 862원으로 10.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밥집 등 서민용 식자재로 음식을 만드는 자영업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송씨는 "이 근처에 김밥집이 여럿 있고, 김밥이란 식품 자체가 가격에 민감한 종목이므로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종로에서 또 다른 김밥집을 운영 유모씨(50대)는 "요즘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들의 가격이 모두 뛰었지만 소비자 가격을 못 높이고 있다"면서 "이곳에 오는 손님들 상당수가 돈을 아끼려고 김밥 1줄에 라면 1그릇 먹고 가는 사람들인데 여기서 가격을 올리면 바로 손님 방문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커피집 운영해"
동네 커피숍도 마진이 급감중이다. 최근 1년새 원두값은 46.7% 급등했다. 약 2년 전부터 종로에서 비(非)프랜차이즈 커피집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1년 사이 이율이 절반 가까이 떨어져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1년 전에는 매출의 45~50%가 이윤으로 가져갔다면, 지금은 30~25%만을 이윤으로 가져간다"라며 "테이블 10개 이상의 홀까지 마련된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질 좋은 원두를 써가며 아메리카노 1잔을 3000원대 초반에 팔고 있는데 이 정도 이윤율 가지고는 생활하기도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이들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동종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종로에서 프랜차이즈 커피를 운영하는 오모씨(30대)는 "소비자 가격은 본사에서 결정하는 거지만, 이렇게 커피집이 많은데 본사에서 쉽사리 커피 가격을 올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 주변만 해도 커피집이 10곳 가까이가 되는데, 가격 경쟁력을 챙기려면 어쩔 수 없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본사에서 납품하는 원두 가격은 최근 원두 동향에 따라 비싸졌는데, 결국 박리다매를 해서 먹고 살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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