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 미칠 우려" 집행정지 기각
서울 시내의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료계가 의대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지만, 항고심도 정부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사실상 확정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배상원·최다은 부장판사)는 16일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를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를 각하·기각했다.
재판부는 항고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 준비생들에 대해 직접 상대방이 아니라고 보고 신청을 각하했다. 반면 의대생들의 경우 신청인 적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 교육기본법, 고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시행령, 대학 설립·운영 규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의대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의대 증원 처분으로 인해 '기존 교육시설에 대한 참여 기회가 실질적으로 봉쇄돼 동등하게 교육시설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라는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행정지는 필수의료·지역의료 회복 등을 위한 필수적 전제인 의대정원 증원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필요한 곳에 의사의 적절한 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필수의료·지역의료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점 △필수의료·지역의료의 회복·개선을 위한 기초 내지 전제로서 의대정원을 증원할 필요성을 부정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일정 수준의 연구와 조사·논의를 지속한 점 △현재의 증원규모가 다소 과하다면 향후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의대생들이 학습권을 침해받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향후 2025년 이후 의대정원 숫자를 구체적으로 정함에 있어 매년 대학 측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대학 측이 의대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자체적으로 산정한 숫자를 넘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바 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을 경우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결정이다. 1심은 의대 증원 처분의 직접 상대방은 의과대학을 보유한 각 '대학의 장'으로,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은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고 판단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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