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조달 늘린 중국, 무역수지, 31년 만에 적자
미국 대중 반도체 견제 확장에 흑자 회복 어려워
국내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19%...주요국 두 배
"AI 반도체 기술 경쟁력 유지해 실익 확보해야"
지난 2월 7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지난해 우리나라 대(對)중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자체 조달이 늘어나고 기술력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추월하면서 대중 수출 반등 요인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이에 국내 수출 핵심 품목인 반도체의 기술력 격차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실익을 늘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 31년 만에 적자 전환
국제금융센터 제공.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 무역수지는 181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31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최근 5년간 대중 수출 증가율이 평균 -4%로 대중 수입증가율(7%)에 못 미치면서 무역흑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결과다. 대중 무역수지는 올해에도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2억달러 흑자를 낸 2월을 제외하고 3월과 4월에 각각 -9억달러, -20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으로는 우선 중국의 경기 둔화가 꼽힌다. 중국경제는 2016년 이후부터 성장률 7% 미만의 중속성장 기조로 전환한 이후 2022년부터 코로나 봉쇄정책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수입이 2년 연속 둔화했다. 특히 상하이 등 대도시를 전면 봉쇄한 영향으로 2022년 2·4분기 성장률이 역대 2번째로 낮은 0.4%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비구이위안 등 부동산기업 디폴트에 수입수요가 크게 위축됐다.
아울러 제3국 우회생산과 중국 내 자체조달이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ODI) 중 아세안 비중은 2010년 6%에서 2022년 11%로 약 2배 급증했다.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탈하면서 중국의 전체 수입에서 가공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27%에서 작년 15%로 9년 연속 감소했다.
중국의 기술력도 첨단분야를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추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 등 주요 11개 산업분야에 대한 중국의 기술력은 2022년 82.6(미국=100)을 기록하며 한국(81.5)을 추월했다. 중국의 중간재 기술 수준은 우리나라의 80%에 달하는 반면 가격은 70%에 불과해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대체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美 견제 확장에 무역수지 회복 어려워
국제금융센터 제공.
대중 수출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대중 수입 의존도는 확대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국 공급망 의존도는 핵심원자재 등을 중심으로 19%로 주요국(9%)의 두 배를 상회했다. 중국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수입품목도 30%를 넘어섰고 불화수소, 네온 등 주요 반도체 소재의 경우 70%를 상회했다.
김기봉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산화리튬, 수산화리튬의 대중 수입액은 지난해 49억달러로 2019년 대비 18배 급증했다”며 “과다한 중국 의존도로 인해 2021년 요소수 부족 사태, 2023년 갈륨·게르마늄·흑연 수출 금지에 따른 우려 등 중국 관련 원자재 수급차질 현상이 늘어나는 추이”라고 설명했다.
대중 무역수지도 과거와 같은 흑자를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의 경우 중국의 경기회복으로 코로나19 기간 누적됐던 대규모 재고가 줄어들고, 올해 IT제품 수요가 9% 늘어나면서 대중 수출이 증가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가 확대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크게 줄어들 수 있어서다.
김 책임연구원은 “반도체는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의 약 30%, 무역흑자의 460%를 차지한다”며 “미국이 동맹국들에 중국 통제의 핵심인 반도체 수출제한 압력을 높일 경우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고 미국은 이미 동맹국에 반도체 수출뿐아니라 서비스 제공 금지까지 요청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술 경쟁력 확보해 수출 늘려야
국제금융센터 제공.
국금센터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중국의 10대 수출 상품 중 5개가 중복돼 경쟁 관계가 심화되는 가운데 최근 중국 기업은 낮은 생산원가를 바탕으로 대량생산에 나서면서 국내 기술력이 차별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무역수지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어도 반도체 부문은 대규모 흑자를 유지했고 특히 대중 무역은 반도체 흑자가 최근 5년간 평균 218억달러로 무역수지(120억달러)의 약 2배를 기록한 만큼 중요성이 막대하다는 지적이다.
국금센터는 중국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하는 등 자립을 시도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 대중 ODI는 미중 기술갈등 심화 우려에 전년 대비 80% 급감하며 최근 20년 동안 가장 저조했고 신규 법인 수도 2022년을 제외하고 역대 최저인 205개를 기록하는 등 중국 내 영향력이 낮아지고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칩4 동맹 등 대중 기술 견제를 반도체 기술력 격차 유지 등에 활용하면서도 미국의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범용 반도체 부문 등에선 중국과 일정 수준의 협력을 모색하는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은 낸드 반도체의 40%, SK하이닉스도 낸드 20%, 디램 40%를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의 대중 제재에 취약한 상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