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 사리반환 행사에 尹 부부 참석
美서 반환된 사리, 韓 불교 상징 국가유산
호산스님 "사리 환지본처에 20년 노력했는데 여사 도움으로 가능"
김건희 여사 "천만 불자들 염원이 이룬 결과"
윤 대통령 "이미 끝난 문제도 포기 안하고 애쓰면 소망 이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9일 경기도 양주시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함께 헌등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00년만에 이뤄진 부처님 사리 반환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참석해 사리귀환을 축하했다.
특히 불교계에서 지난 20여년간 노력해도 되지 않던 사리 반환이 김건희 여사가 나서 가능해진 것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이번 사리 반환이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돌아온 사리는 본래 양주 회암사의 지공선사 사리탑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불법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반출 후 100년 만의 환지본처(還至本處. 본래 자리로 돌아옴)로, 사리가 공개되는 것은 고려 후기 사리탑 봉안 이후 600년 만에 최초다.
환지본처된 사리는 지난달 16일 미국 보스턴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은 가섭불, 정광불, 석가불, 나옹선사, 지공선사(3여래 2조사)의 사리로, 한국불교의 정통성과 법맥을 상징하는 소중한 국가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조계종은 "보스턴미술관의 사리구 소장을 확인한 이후 20여 년간 숙원이 된 사리 반환에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높은 김건희 여사가 큰 공헌을 했다"면서 사리이운 기념 행사에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꼭 참석해주기를 수차례 요청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 부부는 불교계의 간곡한 요청에 이날 오전 경기 양주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 참석했다.
행사 전 사전환담에서 봉선사 주지 호산스님은 "사리 환지본처를 위해 20년 노력했는데 그렇게 안 되던 것이 여사님의 도움으로 가능했다"며 "부처님이 이곳으로 돌아오시려고 마음을 먹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2004년 보스턴미술관의 사리구 소장 사실을 첫 확인한 후 조계종을 중심으로 반환운동이 계속됐지만 협상은 교착상태를 반복했고 2013년에는 최종 결렬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과정에서 김 여사가 보스턴미술관을 방문해 반환 논의 재개를 요청했고, 이후에도 김 여사는 직접 사리 반환 경과를 세심하게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건희 여사는 "사리가 환지본처 돼 매우 뿌듯하다. 이를 계기로 불교가 중흥하길 바란다"면서 "이번 환지본처는 제가 아니라 천만 불자들의 염원이 이룬 결과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참석한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번 사리이운에 대해 "불교계 뿐만 아니라 국운이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담이 끝나고 윤 대통령 부부가 행사장에 들어서자 많은 신도들이 일어서서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환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저는 이번 환지본처를 통해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오랫동안 풀지 못한 어려운 문제였지만 한미 관계가 가까워진 것이 또 문제를 푸는 실마리가 되기도 했다. 이미 끝난 문제라고 포기하지 않고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 애쓰고 노력하니 부처님의 가피가 함께해 국민들의 소망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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