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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희망고문' 사전청약 폐지… 국민은 피눈물

[테헤란로] '희망고문' 사전청약 폐지… 국민은 피눈물
김서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내 집 마련의 꿈, 또다시 한걸음 더 멀어지나 봅니다." 최근 만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당첨자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공공분양 아파트 '사전청약'이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푼 사람들의 '희망고문'으로 전락하며 폐지 수순을 밟는다. 문재인 정부가 집값 급등기 수요를 분산하고,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 2021년 7월 제도를 부활한 지 2년10개월 만이다. 사전청약은 쉽게 말해 주택 착공 이후 시행하는 본청약을 1~2년 정도 앞당기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에 처음 적용(당시 사전예약제)했지만 입주가 3~4년 지연되는 등 상처만 남긴 채 2년 만에 폐기됐다. 사전청약 제도를 재도입한 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실패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구 조성과 토지보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사전청약을 한 이후 문화재가 발굴되거나 맹꽁이 등 법정보호종 발견, 기반시설 설치 지연 등 각종 변수로 인해 사업일정이 지연됐다. 본청약이 1년가량 지연되는 것은 물론 2~3년 지연되는 단지도 있다. 대부분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입지여서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3기 신도시는 토지보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사전청약을 실시했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청약 대기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사전청약을 폐기하기는 했지만 지난 1년간 공공분양주택 '뉴홈' 분양에 사전청약을 적극 활용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전청약 단지 입주시점에 맞춰 전세 등 주거계획을 세워놓는 만큼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본청약 지연은 심각한 문제다.

여기에 전세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추가적인 대출이자 부담은 물론 전월세 계약일정 조정 등 여러 변수가 발생한다. 최근 자재비, 인건비 등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본청약 지연에 따른 분양가 상승 리스크도 감당해야 한다. 본청약 지연 등 사전청약의 문제와 한계는 제도 도입 때부터 지적돼 온 사안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에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 것은 '희망고문'의 고리를 끊는다는 점에서 적절해 보인다. 정책 입안자들은 이번 사태를 다시 한번 반면교사 삼기를 바란다. 재탕, 삼탕 내놓은 설익은 청약 정책의 고통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돌아간다.

ssuccu@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