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6시부터 행사 시작...중구민 참여 확대
36개 시설 야간개방...다채로운 공연도
'광화문연가'의 '눈 덮인 교회당' 그곳
서울 중구는 오는 24~25일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 지난 해 정동야행 개막식의 고궁음악회 모습. 서울 중구 제공
[파이낸셜뉴스] 120년 전 봄이 나리던 어느 날, 덕수궁 돌담길에서 마주친 배재학당, 이화학당 학생들의 청춘과 로망은 어떠했을까?
서울 중구는 오는 24~25일 덕수궁과 정동 일대에서 ‘정동야행(貞洞夜行)’을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로맨틱 정동, 봄으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봄밤의 낭만을 상춘객과 나눈다. 정동야행은 정동 곳곳에 자리한 근대 문화시설이 동시에 문을 열고 근대 문화의 멋과 낭만, 역사를 시민과 나누는 중구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축제다.
24일 오후 6시부터 행사 시작
지난 7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진행된 '미리 정동야행 주한영국대사관 사전 투어'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중구민 18명에게 대사관 내부를 설명하고 있다. 서울 중구 제공
24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25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덕수궁과 정동 곳곳에서 정동야행 행사를 진행한다. 7개의 테마로 구성한 이번 행사는 △역사문화시설 야간개방 및 문화공연인 야화(夜花) △정동길 체험프로그램인 야사(夜史) △거리 공연인 야설(夜設) △역사해설투어인 야로(夜路) △야간경관인 야경(夜景 △먹거리인 야식(夜食) △예술장터 및 공방인 야시(夜市)로 꾸몄다.
특히 올해 행사엔 중구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미리 정동야행’을 개최, 중구민들에게 정동야행 코스를 미리 체험해보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 7일엔 중구민 18명을 초대해 ‘미리 정동야행 주한영국대사관 사전 투어’를 진행했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투어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대사관 내부를 직접 설명했다.
13일에는 ‘아이와 함께, 가족들과 미리 정동야행’을 진행했다. 홈즈리더와 입주민, 아이들 등 15명이 문화해설사와 함께 봄날 정동길의 낭만을 만끽했다. 17일에는 덕수궁 석조전에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협의회를 초대해 ‘덕수궁 석조전 특별 해설 투어’를 진행했다.
36개 시설 야간개방...다채로운 공연도
2023년 '정동야행'에서 거리장터가 열린 모습. 서울 중구 제공
이번 정동야행에는 공공기관, 문화재, 박물관, 전시관, 대사관, 미술관, 종교시설, 공연장 등 36개 시설이 참여해 야간 개방과 공연, 전시, 특강 등을 선보인다. 지난해보다 3개 시설이 더 참여했다. 추가로 합류한 곳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트조선스페이스, 스페이스 소포라다.
축제의 막은 고궁 음악회가 올린다. 24일 오후 7시 덕수궁 중화전 앞 무대에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 클래식 연주자들로 구성된 클럽M이 올라 전통음악과 클래식의 조화로운 선율을 선보인다.
청소년 가족 대상 역사 강연도 마련했다. 25일 오후 6시부터 7시30분까지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정동이 품은 우리역사’를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지하1층 세마홀에서 강의한다.
국토발전전시관에서도 24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25일 오후 3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매시 정각, 매시 30분마다 해설이 이뤄진다. 현장에서 접수 후 참여하면 된다.
25일 오후 4히 30분 정동제일교회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리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정동야행의 스테디 셀러로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과 영국에서 만든 각각 다른 소리의 파이프오르간 선율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24일 오후 7시30분과 8시30분, 25일 오후 4시와 5시에 오르간 연주회가 열린다. 연주가 끝나면 로마네스크 양식과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성당 내부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중명전 앞마당에서는 25일 오후 4시 배우 이광기의 진행으로 서도소리를, 오후 7시에는 가야금 공연단 ‘누룽지’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광화문연가'의 '눈 덮인 교회당' 그곳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이화여고, 경향신문사 빌딩에 이르는 길이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정동길을 거닐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정동길은 덕수궁 돌담길에서 시작해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제일교회, 국립정동극장, 이화여고, 경향신문사 빌딩에 이르는 길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근대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자 나라 잃은 아픔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이국적인 정취로 인해 연인들이 데이트를 나누는 낭만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가수 이문세의 노래 ‘광화문연가‘의 가사 중 ‘눈 덮인 교회당‘이 바로 정동제일교회다.
근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역시 정동이다. 고종이 일제의 눈을 피해 덕수궁에서 나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 갔던 ‘고종의 길’이 복원돼 비운의 역사를 곱씹게 한다.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에서 1년간 머물다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자주독립의 의지를 천명했다. 이후 서구열강의 공사관이 정동에 모여들었다. 미국, 영국, 러시아공사관이 차례로 들어오고 다른 나라들도 정동 일대에 외교공관을 잇달아 설치해 정동 일대는 ‘공사관 거리‘로 불렸다.
지금도 정동에 미국과 영국, 캐나다 대사관 등이 남아 있는 이유다.
정동제일교회 벧엘예배당의 파이프 오르간 뒤에는 송풍실로 불리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3·1운동 당시 유관순 열사와 학우들이 일본 경찰들의 눈을 피해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등사했다고 한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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