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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기망한 김호중... '팬덤만 보고 간다'

대중 기망한 김호중... '팬덤만 보고 간다'
가수 김호중ⓒ News1 권현진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음주운전 사실을 뒤늦게 인정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의혹을 감싼 '팬덤 현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식 팬클럽은 김씨를 두둔한 극성 팬덤 논란에 대해 사과했지만, 일부 팬들은 맹목적으로 김씨를 두둔하며 김씨 공연의 취소표를 사는 등 그릇된 팬심을 지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취재진 피해 경찰 출두... "너무 괴롭다"며 동정 여론 유발
2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취재진을 피해 지하로 출석한 김씨는 오후 10시 40분께 조사를 마치고 나와 "죄인이 무슨말이 필요하겠습니까"라며 "죄송합니다. 조사 잘 받았고 남은 조사가 있으면 성실하게 받겠다"고 말했다.

고위 전관 변호사를 선임한 김씨는 전날 변호인을 통해 "너무 괴롭다"는 심경을 밝히며 경찰에 자진 출석 의사를 밝혔다는 사실에 팬심을 이용해 동정 여론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와 더불어 '조직적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김씨는 지난 9일 사고를 낸 후 곧 바로 도주했고 매니저가 김씨 옷을 입고 허위 자수했다. 소속사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제거했다.

김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음주 가능성을 제시했는데도 "술잔에 입은 댔지만 마시진 않았다"고 주장하다 지난 19일 사고 10일 만에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음주 사고 후 의도적인 추가 음주로 음주량 입증을 어렵게 만들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씨에 대한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도 김씨는 예정된 공연을 두 차례나 치렀다. 팬들 앞에서는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관련자들은 출국 금지된 상태고, 6월까지 예정된 공연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김씨 측 일부 팬들은 "유죄 판결이 난 것도 아닌데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김씨를 두둔하는 모습에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씨의 공식 팬클럽 트바로티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가수와 함께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도 책임을 통감하며, 사죄의 말씀과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바로티는 "극히 일부 팬들의 의견이 마치 팬덤 전체의 의견인 듯이 무분별하게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원통함이 있으나, 이에 대하여도 한 점 변명의 여지없이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로 사회적 책임과 도리를 다하기 위해 깊은 반성을 함과 아울러,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곳에 도움이 되는 팬덤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경북 김천 '김호중 소리길'도 철거 공방
하지만 김씨에 대한 팬덤의 두둔은 계속 이어지는 모양새다. 김씨의 모교가 있는 김천시의 '김호중 소리길'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과 철거에 반대하는 열성 팬들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경북 김천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호중 소리길은 김씨가 졸업한 김천시 교동 김천예고 주변 골목에 조성된 관광 특화 거리다. 지난 2021년 10월 시가 2억 원을 들여 조성했다. 시는 해당 거리 벽에 김씨의 팬클럽 '아리스'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칠하고 김호중의 모습을 그려 넣었다. 지난해 해당 거리를 찾은 관광객은 15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김씨의 음주 뺑소니 논란이 불거지면서 해당 거리 철거 민원이 폭주했다. 특히 평소 작은 골목에 인파가 몰려 불편을 호소했던 주민들의 불만도 쏟아졌다. 시민들은 시에 "김천시에 범죄자를 주제로 한 관광지가 있다는 게 말이 되냐" "김천예고의 수치다. 당장 철거해야 한다" "역사적인 인물도 아닌데 테마길을 둘 필요가 있냐" "괜히 시 이미지만 안 좋아져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등 거리를 철거해야 한다고 민원을 넣고 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조사가 진행 중인데 철거하는 게 말이 되느냐" "철거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민원을 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김씨 측은 오는 23∼24일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 & 프리마돈나'(이하 '슈퍼 클래식')에 출연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공연 강행 의지를 보였다.

다만 김씨 측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주자 일부가 공연에서 하차하고 취소표가 발생하는 등 정상적인 공연 진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김씨의 팬들은 '슈퍼 클래식' 티켓을 사들이며 김씨를 향한 지지를 드러내고 있다. 티켓 환불 수수료 면제로 발생한 취소표보다 많은 수의 티켓이 팔리면서 잔여석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